경기도 600년, 천년을 내다본다


한반도 250분의1 면적 고스란히

생물다양성·생태적 가치 세계 주목

 

   
▲ 비무장지대의 남과 북을 넘나드는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 휴전선 중서부 부근과 판문점 부근의 대성동 마을, 인천 북구 등에 분포하며 농경지나 하구의 개펄, 하천의 모래밭에 서식하는 겨울철새로 연천군 중면 삼곶리에서 떼지어 활강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천군


▲지속가능한 DMZ 생태계

"한반도 분단의 비통함은 예상밖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약 반세기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폭 4㎞의 남북 경계지역이 아시아에서 가장 소중하고 위험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은신처가 되었다."<앨런 아이즈먼, '인간없는 세상'>

"불에 탄 DMZ 숲은 더 이상 불모지가 아니었다. 불이 난 산에는 떡갈나무와 신갈나무의 2차 식생과 물억새·억새초지가 발달해 있었다. 산계곡에는 달뿌리풀과 갈대가 풀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원시림같은 정글 교목층 습지가 덕은골, 민들레 벌판, 만도벌판, 유곡벌판, 역곡천 벌판, 남대천 벌판 등에서 관찰되었다."<김귀곤, '평화와 생명의 땅 DMZ'>

DMZ는 전쟁의 상처와 민족의 피맺힌 역사가 서려 있는 동서냉전이 남긴 슬픈 유적이다. 풀 한포기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역설적으로 수 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생물과 동물의 낙원이 됐다.

DMZ 일원에는 사향노루, 산양, 삵과 같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비롯해 2716여종의 생물이 살고, 연천평야의 묵논 등은 자연습지로 모습이 바뀐 것이다. 1953년 7월 정전 이후 사람의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은 육지면적을 기준으로 한반도 전체 22만㎢의 250분의 1에 달하는 907㎢이다.

이러한 DMZ 일원은 생물다양성과 그 생태적 가치로 인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현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세계적인 자원인 DMZ 일원을 어떻게 보전·복원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이용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점은 환경부가 2008년 11월 DMZ 서부지역 8개 루트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보고서에 내놓은 다음과 같은 제언이 아닐까?

'DMZ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도록 하기 위해 한반도 기후변화가 DMZ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그 영향에 대한 대응방안의 모색, 그리고 멸종위기종 보전·복원과 관련된 조사·연구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DMZ 중 절대로 보전되어야 할 지역과 지속가능한 이용이 허용되는 지역이 제도적으로 구축되어 종합환경관리계획이 마련되기 전에는 어떠한 형태의 개발계획도 자제되어야 하며, 부분적인 개발계획에 대한 논의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한 DMZ 일원에 대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결정이 지난 11일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Man and the Biosphere)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유보됐다. 철원지역이 완충 전이구역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보전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유네스코 생물보전지역 지정 유보

정부 보전관리 허점 … 통합조직 필요

 

   
▲ 관광객들이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있는 6·25 전쟁 당시 폭격맞은 녹슨기관차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주시


▲세계속의 DMZ

"안보·생태·평화가 공존하는 세계속의 DMZ로 만들겠다."<이성근 경기도 DMZ정책과장>
사실 DMZ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군부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경기도가 DMZ 내에서 추진 중인 사업은 △도라산역~통일촌~도라전망대~제3땅굴 견학 관광(파주) △철책선 걷기(1㎞), 태풍전망대 견학, 병영체험 등 일부 패키지 관광 형태로 운영 △생태·녹색 역사탐방로 조성(문체부, 파주)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조성(문체부, 김포) △평화생태공원 조성(수리에코타운 조성, 파주) 등이다.

이와 함께 반환미군기지인 캠프그리브스 활용과 도라전망대 이전신축, JSA 경비대대 안보공원 조성, 대성동마을 정주환경 개선사업, 통일촌 DMZ브랜드마을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파주와 연천에 거점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임진각과 평화누리를 정비해 DMZ의 역사를 한 곳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성근 DMZ정책과장은 "큰 시설 설치나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지양하고, 교육과 체험 및 탐방 위주의 생태관광 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DMZ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기 위한 5대 전략 39개 추진과제를 담은 'DMZ 일원 종합발전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종합발전계획은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자원 보전과 활용 △관광수요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통한 DMZ 위상 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평화통일·연구교육·관광허브조성(연천)과 민북관광활성화 핵심거점 조성(파주), 평화누리길 활성화, 국제적 위상제고 및 정책개발, 글로벌 마케팅(이벤트 및 홍보) 등을 5대 전략으로 세웠다.
39개 사업은 이미 시행 중에 있거나 올해와 내년에 추진할 것과 2014년 이후 반영될 중단기 비전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전체 사업비만 3352억3600만원을 투입한다.

물론 이들 사업은 엄밀히 말하면 DMZ는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민통선과 그 접경지역이다.




道, 파주·연천 거점공간 조성 계획

대규모 개발 지양 … 탐방·체험 초점

 

   
▲ 파주시 문산읍 자유의 다리 일대와 군내면 오룡리 지천에 형성된 임진각 습지 전경. /사진제공=전선희 DMZ생태연구가



▲DMZ사업의 발전방향

"그 동안 사업들이 핵심거점의 부재와 일회적인 이벤트가 많았다. 따라서 핵심거점을 조성하고 거점간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박은진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은진 연구원은 "행정주도형 사업 위주이고 지역과 관심그룹의 주체적 역할이 미약한 만큼 지역과 관심 그룹의 참여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평화·생태·지역발전의 미래가치에 치우쳐 국가안보 현실을 왜곡시켜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이처럼 DMZ 사업은 현실적인 한계와 과제도 안고 있다.
군부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안보적 관점에서 보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반면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나 많은 군사시설로 낙후된 북부지역을 위해서는 DMZ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DMZ 사업들이 중앙·지자체 등 각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DMZ 통합관리기구를 설치해 DMZ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 국가경영(governance)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성근 과장은 "국방부와 행안부, 환경부, 문화부 등 DMZ 관련부서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통합·조정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DMZ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관련 부처 및 시도(경기도, 강원도)에서 실무직원을 파견 받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1세기 DMZ는 분단과 대립의 상흔이 아닌 생명과 평화, 상생의 상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터뷰/이성근 경기도 DMZ 정책과장

"경기북부, 최소한의 규제 풀어야"


-경기도 DMZ 현황은.

"DMZ는 한반도의 평화와 생명을 역설적으로 상징하는 곳이다. 남과 북을 이어주는 통합의 허리가 될 것이다. 그동안 DMZ는 분단과 아픔,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지역이었으나, 이제 남과 북이 공동으로 DMZ의 가치를 활용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DMZ의 가치는.

"DMZ의 가치요소는 무엇보다 마지막 남은 세계 냉전 역사의 유물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갑작스런 통일과 함께 베를린장벽 등 동서독의 장벽은 사라지고 위치만 바닥에 표시되어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경우, 대치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DMZ의 철책선과 경계초소들은 많은 역사와 스토리를 담고 있다.

또한 DMZ는 전쟁의 폐허를 자연 스스로 치유하고 다양한 생물의 서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생태·환경의 보고라는 점이다.

한편, 통제와 규제속에서 독특한 생활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민통선 지역의 사람 및 군인과 그 속에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역사 문화자원은 무형의 가치요소다.

DMZ의 가치는 21조 9144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경기개발연구원, 강원개발연구원 공동연구, 2010년)"


-DMZ의 합리적 보전과 활용 계획은.

"DMZ가 평화와 생명의 상징이며, 통일 과정이나 통일 이후 활용 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미래의 가치다.

현재 DMZ 일원은 67종의 멸종위기종과 2716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세계적 희귀종인 두루미·저어새 등 수많은 '멸종위기 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에 환경부와 파주시, 연천군, 지역주민, NGO, 군부대 등과 협력해 DMZ 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DMZ 남북청소년 교류센터 건립(통일부) △DMZ 생태문화마을 만들기 △장항습지 탐방로 조성 등 '개발없는 개발'을 통해 생태를 보전하며 생태·안보·관광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평화·생태 관광 방향은.

"생태환경 보전 노력과 함께 생태관광 자원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평화누리길 조성운영(12개 노선 184㎞, 김포 대명항~고양 호수공원~파주 임진각~연천 신탄리역)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문화부) △DMZ생태녹색·역사탐방로 조성(문화부 생태관광 10대 모델) △임진각 평화누리 통합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파주지역의 97%, 연천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또한 전 지역이 수도권정비구역으로 묶여있는 등 경기북부지역은 규제천국이라고 불릴만하다. 주민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최소한의 규제는 풀어야 한다."

/이동화기자 itimes2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