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들은 얼떨결에 깨물린 아픔을 참지 못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사지를 쩔쩔 흔들어 댔다. 그러더니 한 녀석이 자기 손에서 선혈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는 눈동자가 획 돌아가더니 앙갚음하듯 농구화 발로 인영의 턱주가리를 걷어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인영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러더니 온 전신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으으으, 나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꽃제비들과 학생들은 그때서야 인영이가 잠잠해졌다면서 다시 인영에게 달라붙어 손목시계와 지갑을 꺼내 달아났다.

 그래도 인영은 아무 소리도 못한 채 땅바닥에 계속 쓰러져 있었다. 끼고 있던 안경은 산산조각이 나서 저만치 떨어져 있었고, 농구화에 걷어차인 입 언저리에서는 그가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일 때마다 계속 붉은 선혈이 철철철 흘러내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산마루에 걸려 있던 해가 떨어지고 붉은 노을이 째포촌의 서녘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을 때였으니까 아무래도 오후 여섯 시는 넘었을 것이다.

 그때 우성은 집에서 나왔다. 은혜역 광장에서 예술소조 친구들과 만나 자기 집에서 3인 창무극 연습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역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저만치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빨리 걸어갔다.

 『어떻게 된 거야?』

 우성은 피투성이가 된 인영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누군가로부터 늘씬하게 개뚱매(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는 매)를 당한 것 같은데 입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려 손을 대기가 무서웠다.

 우성은 잠시 쪼그리고 앉아 피투성이가 된 인영을 내려다보며 이걸 어쩌나 하고 궁리했다. 그러다 쓰러진 학생의 입에서 계속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는 겁을 먹고 그냥 일어섰다. 웬만하면 흔들어서 정신이라도 차리게 하면서 왜 이렇게 길바닥에 쓰러져 있느냐고 까닭이라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계속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쓰러진 사람의 몸에 손을 대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어차피 은혜역 광장까지는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며 재빨리 걸었다. 그러다 은혜역 광장으로 나와 분주소(파출소)로 들어갔다.

 역전 분주소에는 막 저녁밥을 먹고 나온 안전원 두 사람이 한담을 나누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성은 분주소 나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안전원을 향해 꾸벅 절을 했다. 그리고는 안으로 두어 걸음 걸어 들어가 신고했다.

 『안전원 아저씨, 저쪽 골목에 웬 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습네다.』

 안전원은 우성의 입에서 웬 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