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장


▲한강은 어떤 강인가.
-한강은 한국사 전개과정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한강을 차지하는 나라가 주도권을 장악했다. 한강 유역을 처음 차지한 나라는 백제이다.

이때가 백제의 번창기이다. 마지막으로 한강을 차지한 나라가 신라인데 신라는 이를 기반으로 삼국을 통일했다. 조선시대에는 한강이 주요 교통로가 되어 한양의 경제적 기반이 됐다.

▲왜 강이 중요한가.
-강은 전통시대 한국 역사의 중심무대였다. 사람들은 강가에서 모여 살면서 도시를 형성했다. 전통시대의 길은 화물을 실어 나르기에 불편했다. 대량의 화물을 수송하기 어려웠다. 배는 많은 사람과 다량의 화물을 먼 거리까지 수송할 수 있었기에, 육로보다는 수운이 발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을 통해 서로 교류하면서 문화를 꽃피웠고, 경제도 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강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전통시대에는 강이 주 교역로였기에 사람들은 물줄기를 따라 교류하며 하나의 문화권, 하나의 언어권, 음식권을 이루었다.

전라북도 남원지역 서쪽은 섬진강 물줄기인데, 동쪽 마을은 낙동강 물줄기와 닿아 있다. 그래서 남원의 동쪽 마을 사람들은 호남 사람이지만 경상도 말을 쓴다. 같은 충청도이지만 금강 유역과 달리 충주 말은 서울말과 상당히 흡사하다. 20세기 중반까지 한강유역권 사람들은 김장을 담글 때 새우젓을 젓갈로 사용했다.

한강 유역권의 음식 문화는 새우젓 문화권이다. 거리가 가깝고 같은 행정구역이라 하더라도 강 유역이 다르면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같은 강을 끼고 있으면 교류가 활발했고 동일한 생활권, 동일한 문화권을 이루었다.

▲왜 강이 사람과 멀어졌는지.
-강이 사람과 멀어진 것은 근대 이후이다. 일제 식민지시대에 철도와 신작로가 개설되고 기차와 자동차가 사람과 화물을 대량으로 수송하면서부터 강은 주 교통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새로운 도시도 철도를 중심으로 형성됐고, 경제도 육상교통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러나 1950년대까지 강이 교통로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다. 이 시기까지 강에는 배가 다녔고, 나루도 번창했다.

1960, 70년대 강에 다리와 다목적댐이 건설되면서부터 강은 교통로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후 강은 식수와 산업용수 공급지, 그리고 홍수조절 기능만을 담당했고 사람들의 일상생활과는 점차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