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원은 차마 무슨 대답을 해 줄 수가 없는지 인화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다 어색하게 웃었다.

 『길쎄다. 당에서 어드러케 결정을 내릴지 몰라 이 안전원 아저씨도 기건 대답을 못 해주겠구나』

 인화는 정든 동무들과 학급생들을 이별하고 은혜읍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궁금했지만 안전원 아저씨도 자기 가족이 어디로 추방된다는 것을 모른다고 하니까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평양에 나가 공부하고 있는 인숙 언니와 인영 오빠한테 그들 가족이 은혜읍에서 추방된다는 소식도 전해주기 전에 어디로 추방되면 나중 인숙 언니와 인영 오빠가 집에 오고 싶어도 영영 찾아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안전원을 쳐다봤다.

 『안전원 아저씨, 길타면 우리 가족은 언제 은혜읍에서 추방됩네까?』

 『길세다. 언제 어데로 어드렇게 추방되는 지는 죄다 당에서 경정하는 일이라 이 안전원 아저씨는 기것도 모르겠구나. 길치만 집에서 오마니 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있으면 기런 것들은 나중에 다 알게 되니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잘 알겠습니다. 이제 제 혼자 집에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까 더 이상 따라오지 마시고 돌아가십시오.』

 인화는 사회안전부 아파트단지 앞에서 안전원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비틀거렸던 자신의 옆구리를 끼고 여기까지 데려다 준 나이 드신 아전원 아저씨가 고마웠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인화를 집에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라고 지시를 받은 안전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저씨는 인화 학생을 할머니나 다른 가족에게 인도해 주고 인장을 받아 가야 하기 때문에 인화 학생 집에까지 부득불 올라가야 한단다. 아저씨 걱정 말고 어서 앞장서서 걸어라.』

 인화는 안전원 아저씨가 4층까지 올라오는 것이 너무 미안했지만 도리없이 앞장서서 걸었다. 4층으로 다 올라와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나들문 앞에서 문을 두들기니까 안에서 생각지도 않은 인숙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화는 자기 귀를 의심하며 재빨리 아파트 나들문 손잡이를 당겼다. 현관 앞에까지 걸어나와 문을 열어주던 인숙 언니가 살풋 웃으며 인화를 반겨 주었다.

 『어서 와, 인화야. 언니가 못 본 사이 우리 인화 많이 컸구나?』

 인화는 자기 예감이 맞아들었다는 것이 기뻤지만 너무 놀라운 생각이 들어 그만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니! 연락도 없이 어떻게 된 거야?』

 『작은아버지가 급히 내려가 보라고 해서 잠시 다니러 왔어. 안에 오빠도 와 있으니까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

 인화는 평양에 나가 있는 둘째 오빠도 내려 왔다는 말이 너무 반가워서 현관(거실) 위로 올라서려다 자신을 뒤따라온 안전원 아저씨들 생각이 나서 뒤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