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잎 지고서야 알았다. 가을인줄을/세우청강(細雨淸江)이 서늘하다. 밤기운이야/천리의 임을 이별하고 잠못들어 하노라.』

 송강 정철의 시조이다. 비오는 가을밤의 정감을 읊고 있다. 정송강 말고라도 가을 깊은밤 비내리는 소리를 듣노라면 누구든 한번쯤 시인이 될 만하다. 그만큼 가을밤 가을비는 사람을 묘한 감정에 빠져들도록 한다. 그러나 그 비가 잠깐 뿌리다 그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을씨년스럽다. 여름 장마비라면야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가을비가 단 하루라도 진종일 계속 되면 짜증부터 나게 된다.

 가을비는 잠깐 오다가 곧 그치게 마련이다. 그리고 비가 많아서 좋을 것이 못된다. 봄비야 단비가 되고 꽃비도 되지만 가을비는 소용 닿을 데가 없다. 한해 농사도 끝나가는 때라 필요하다면 김장밭 적셔주는 정도로 족하다. 그렇지만 올가을에도 한번 비가 시작되었다고 하면 그칠 줄을 모른다. 지난 늦여름 집중호우를 겪고 놀란데다 태풍 피해를 호되게 당한 뒤끝이라 비소식만 들어도 겁부터 앞서는데 또다시 궂은비가 며칠씩 계속 되었다. 지난달 노염이 이글거려 곡식을 여물게 하는가 싶더니 무엇보다 수확기 농작물에 피해나 크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남녘에서는 추수에 지장이 많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그동안 쓰러진 벼포기를 일으켜세워 싹이 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기도 했지만 또다시 비로 인해 이번에는 거두어 들이는데 어려움이 많단다. 질퍽이는 논바닥에다 쓰러진 벼라 바인더가 들어가 작동하는데 지장이 많다고 한다. 능률이 오르지 않고 고장까지 잦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경기도내 올 쌀생산량이 평년의 3%가 늘어난 3백만석이 예상된다고 한다. 다수확품종 재배면적이 늘고 일조량과 기온이 높았던 때문이라지만 무엇보다도 집중호우에도 철저하게 사후관리를 해온 농민들의 수고로움 탓이라 여겨져 위안의 박수를 보낸다.

 다행히 비그친 하늘이 맑게 개었으나 또다시 초대형 태풍이 북상 주말에 날씨가 궂어지리라 해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