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희망에너지 투어'한국 원자력정책 비판 … 왜?
   
▲ 지난 16일 인천항에 입항한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 그린피스는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 삼척에서 희망에너지 투어를 진행한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원자력 발전의 보급률을 늘려갈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원전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그린피스 관계자들은 입국 거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린피스가 바라본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가 지난 16일 인천항에 입항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그린피스는 에스페란자호에서 에너지 혁명 한국판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린피스의 이번 한국 방문은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후 변화의 위협을 막기 위해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윈즈케일(1957년), 스리마일섬(1979년), 체르노빌(1986년), 도카이무라(1999년), 후쿠시마(2011년)를 포함해 수백 건의 원전 사고가 있었다. 원전 사고는 오랜 기간 막대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피해를 준다.

 

   
▲ 스벤 테스케 그린피스 재생에너지 국장이 지난 19일 에너지 혁명 한국판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 두 가지에 집중하며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린피스는 한국의 경우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풍부한 재생가능자원을 갖고 있어 차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에너지 혁명 한국판보고서 제작을 총괄 지휘한 스벤 테스케 그린피스 재생에너지 국장은 "최근 블룸버그 파이낸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G20 국가의 총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규모 중 한국은 단 0.1%에 그쳐 전체 15위를 기록했다"며 "중국, 인도, 일본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도 뒤쳐진다. 이는 한국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의 현실"이라고 일침했다.

한국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에너지 공급 중 화석연료가 8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원자력이 16%로 그뒤를 잇고 있으며 재생가능에너지는 2.2%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의 비율을 최대 41%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1%로 올릴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계획과는 달리 스벤 국장은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의 경우 안전성, 핵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독일이 바로 그 예다. 독일의 경우 오는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세계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폐쇄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고용 창출과 더불어 막대한 재원을 아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판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 정부의 에너지 계획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원자력을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조건하에 이를 재생에너지로 보충할 경우 2015년까지 일자리 수는 7만 4천개, 25% 증가하고, 2020년엔 2010년 대비 두 배 증가한 11만 6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경우 소수의 관리자가 필요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다수의 관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재생에너지가 인건비 등 막대한 비용을 소요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스벤 국장은 강조한다.

스벤 국장은 "한국 정부의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에너지 계획의 총 투자 비용은 6천 170억달러다. 하지만 우리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4천 270억달러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는 원자력의 경우 핵연료 구입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반면 재생에너지의 경우 연료 구입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스벤 국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아낀 예산으로 일부 대학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등 복지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급인력 양상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