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등 뒤에서 인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숙은 살림방문을 열다 말고 뒤돌아보았다. 자신을 뒤따라 나왔는지 인영이가 뒤에서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인숙은 살림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어쓰고 엉엉 울면서 가슴속의 답답한 심정을 푸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포오 한숨을 쉬었다.

 『누나도 지금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저녁때 오마니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같이 한번 물어보자.』

 인영은 누나한테서도 속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잠시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다 다시 물었다.

 『누나, 우리도 평양에 가면 학생들 앞에 불려나가 인화처럼 사상투쟁을 해야 할까?』

 인숙은 뭐라고 대답을 해줄 수가 없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모르겠어.』

 『만약 말이야, 형이 조국과 인민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우리 학교나 누나네 대학에도 알려지면 틀림없이 우리도 불려나가 비판받으면서 추방되겠지?』

 인영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답답한 심정과 불안감을 달랠 수 있다는 표정으로 자꾸 말을 시켰다. 인숙은 동생의 그런 물음조차 싫어서 그만 톡 쏘듯 짜증을 내었다.

 『저녁때 오마니 아버지 들어오시면 물어보자고 했는데 왜 자꾸 말시키니? 그렇찮아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인영은 누나한테 더 이상 말은 걸지 못한 채 시무룩히 앉아 있다 가슴에 울분을 참지 못해 주먹으로 방바닥을 한번 쾅 쳤다.

 『아이 성질 나. 형은 도대체 무슨 맘으로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가 가족들 전체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까? 언젠가 만나기만 해봐라, 내가 가만히 두는가….』

 인영은 형에게 원망을 퍼붓듯 끓어오르는 성깔을 못 참아 주먹으로 방바닥을 쾅쾅 쳐대며 괴로워했다. 손씨는 갑자기 집이 쿵쿵 울리는 것 같아 현관으로 나오다 둘째 손자가 주먹으로 현관바닥을 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기 방으로 인영을 불러들였다.

 『영아!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형을 길케 원망해서는 안 된다. 설사 형이 잘못을 저지르고 남쪽으로 넘어갔다 해도 너희들은 오마니 아버지로부터 한 피를 물려받은 형제들이다. 서로 걱정해주고 위로해 주면서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고통을 나눠질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지 길케 소란을 피우면서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면 오던 복도 달아나는 법이란다. 이담부터는 뱉고 버릴 말이라도 길케 하지 마라. 알겠느냐?』

 인영은 그때서야 자신이 너무 과민했다는 것을 느낀 듯 고개를 숙였다. 그때 누군가가 아파트 나들문을 쾅쾅 두들겨 댔다. 인숙은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바깥에다 대고 물었다.

 『누구십니까?』

 『인민반장이야요. 문 좀 열어보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