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는 그때서야 자신이 안전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연단 앞에까지 불려나온 사실을 알았다. 처음에 불려 나갈 때는 학급반장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은 사상투쟁의 주인공으로 불려나온 것이 분명했다. 인화는 큰오빠가 조국을 배신하고 남쪽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안전부에서 나온 기요과장이라는 어른이 그렇게 말하니까 어떻게 부정해 볼 수도 없었다.

 두려웠다. 큰오빠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할수록 두려운 생각이 밀려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학급 아이들을 바라볼 수도 없었다. 웅성거리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조국을 배신하고 달아난 배신자의 동생을 때려죽이자고 외치면서 달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오들오들 몸을 떨다가 그만 흑흑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동무들! 조국과 수령님의 은덕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난 배신자의 동생을 동무들은 어떻게 했으면 좋갔습네까?』

 기요과장이 5학년 학생들이 앉아 있는 뒤쪽을 보며 묻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일어나 발언했다.

 『저는 조국을 배신하고 달아난 배은망덕자의 동생과는 함께 학교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생들 생각은 어드렇습네까?』

 『배신자의 동생에게는 사로청원 자격을 박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습네까?』

 『저는 경애하는 수령님께서 친히 이름을 지어 내려주신 우리 은혜읍에서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옳습니다. 저는 배신자의 려동생과 함께 학교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배신자의 려동생을 우리 은혜읍에서 추방시킵시다!』

 『좋습니다. 우리 다같이 힘모아 배신자의 려동생을 우리 학교와 은혜읍에서 추방시킵시다.!』

 여기 저기서 한 마디씩 튀어나오던 말이 어느덧 함성으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몇몇 선동꾼의 말에 이끌려 가고 있었다. 새별고등중학교 강당은 눈 깜짝할 사이에 곽인화 학생 성토장이 되었다가는 추방결의대회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인화는 이제 숨도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고 울고 있었다. 학교에서 무슨 결의대회가 있으면 자신이 앞에 나가 4학년학생들을 이끌어 나갔는데 오늘은 상급생들이 자신을 성토하니까 무슨 말도 한 마디 못한 채 숨을 구멍만 찾고 있는 심정이었다. 학생들은 계속 목성을 돋우며 함성을 지르듯 외쳐댔다.

 『조국을 배신하고 달아난 배은망덕자의 려동생을 빨리 우리 학교에서 추방시킵시다.』

 『사로청원의 영예를 박탈하고 학적부에서도 그 이름을 지워버립시다!』

 『옳습니다. 그 이름을 우리 학교와 은혜읍에서 영원히 지워버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