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부부장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자신의 직속상관인 국장 동지나 부국장 동지를 적으로 생각한 것입네다. 혁명동지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그런 행위를 할 수가 없는 것입네다.

 동무들! 경애하는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를 받들어 혁명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혁명 동지를 적으로 생각하는 자는 우리 당의 당원두 아니구 수령의 총폭탄이 되어 조국 보위에 앞장 설 자격도 없는 사람입네다. 기런데도 곽병룡 동무는 우리 당의 큰 일꾼이요, 경애하는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전사인 국장 동지와 부국장 동지를 원쑤로 생각하며 반당 반혁명 행위를 저질렀습네다.

 동무들! 우리들과 함께 발맞춰 조국혁명사업에 여념이 없던 곽병룡 동무가 왜 이렇게 타락했다고 생각하십네까? 오늘 우리들은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주체사상에 기초한 전당의 조직 사상적 단결을 더욱 강화하고 당의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워야 하갔습네다. 기러구 우리 안전국 내에서 두 번 다시 직속상관을 적으로 보는 기풍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우리 당의 혁명 대오를 더욱 공고히 하여야 하갔습네다.

 내가 보기에는 곽병룡 동무가 우리 당의 혁명전통을 우습게 보며 당의 조직체계와 질서를 짓밟으며 당의 두리에 모인 상관들을 모독한 원인은 첫째로 수령님의 전사로서의 영예를 잊어버렸고, 그와 더불어 수령님의 사상으로 사고(思考)하고 행동하지 않은 데 있다고 생각합네다. 둘째로는 수령님을 몸과 마음을 바쳐 받들고 가장 영광스럽고도 무거운 임무를 짊어진 자기 입장을 망각한 데 있다고 생각합네다. 셋째로는 우리 당의 리익(利益)과 집단의 리익보다 자기 가정과 개인의 리익만을 앞세우는 공명심과 이기심이, 이 동무의 머리 속을 좀먹어 들어간 데 있다고 생각합네다.

 이밖에도 구체적인 사상적 근원이 많을 것으로 판단됩네다. 기렇티만 그것은 곽병룡 동무가 자아비판(自我批判)을 한 뒤, 여러 당원 동무들이 호상비판(互相批判)을 해서 철두철미하게 따지고 들어 낱낱이 짚어 내서 제거하도록 해야 되갔습네다. 기럼 본인의 자아비판부터 들어봅시다. 곽병룡 동무는 빨리 연단으로 나와 최근에 보인 자신의 심경변화와 당 조직 위계질서 무시행위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해 주시오.』

 정치부 부부장은 긴 나무의자에 앉아 있는 곽병룡 상좌를 불러냈다. 곽병룡 상좌는 부부장의 부름을 뿌리칠 수 없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아비판대를 향해 걸어나갔다.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다급한 위기가 들이닥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지 못하면 자신은 남은 여생마저 명대로 살지 못하고 성난 당원들한테 짓밟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죽고 나면 가족들 또한 온전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뭐라고 자아비판을 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