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제 불찰입네다. 당의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갔습네다. 제발 저에 대한 나쁜 감정만은 버려 주십시오. 국장 동지나 부장 동지를 모독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추호도 없었습네다….』

 『이제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소. 시간 되었으니까니 당 총회나 참석하러 가기오. 동무도 일어나시오.』

 안전국장은 곁에 앉은 정치부장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곽병룡 상좌는 더 이상 국장 방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어서 국장과 함께 당 총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지은 당 총회장에는 미리 연락을 해 놓았는지 수백 명의 도 안전국 당원들이 모여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당 총회장을 바라보다 재판장에 끌려나온 죄수처럼 머리를 떨구고 걸어가 긴 나무의자에 앉았다.

 잠시 앉아 있으니까 도 안전국 정치부 부부장이 걸어나왔다. 그는 당 총회장에 모인 전체 당원들을 향해 조용히 해 달라고 엄숙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는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알아낸 전연지대 화물자동차 전복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전 당원 앞에 간략히 보고했다.

 『…우리는 어제 오전에서야 비로소 곽병룡 동무의 맏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네다. 기렇디만 곽병룡 동무를 비롯한 그 가족들은 이미 한 달 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네다. 의주군 보위부에 복무하는 곽병기 대위가 전연지대로부터 보고된 문건을 보고 그 가족인 곽병룡 상좌한테 먼저 알려 주었던 것입네다. 기런데도 곽병룡 동무는 도 안전국 국장 동지나 부국장 동지한테 한 달이 넘도록 자기 아들의 조국배신행위에 대해서 보고 한 마디 없었습네다.

 동무들! 이거이 말이나 될 소립네까? 대관절 국장 동지나 부국장 동지가 누굽네까? 우리 당이 하명한 곽병룡 동무의 직속상관이 아닙네까? 경애하신 수령 동지께서 이룩한 항일혁명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받아 사회주의 조국건설의 대과업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 조선노동당의 당원이 직속상관을 이런 식으루 무시하고 모독해도 우리 당의 혁명사업이 제대루 이행된다고 생각하십네까?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는 토대나 빽줄을 믿고 당 조직의 위계질서나 직속상관을 우습게 보면서 하대하는 반당 반혁명적 행위를 단호히 경계하라고 말씀하시었습네다. 기런데도 곽병룡 동무는 평안북도 사회안전국 내에서 누구보다 먼저 자기 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직속상관인 국장 동지나 부국장 동지한테 보고 한 마디 없었습네다. 정식으로 보고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담화요청이라도 해서 자기 아들의 조국배신행위를 직속상관한테만은 귀띔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곽병룡 동무는 중앙당에서 직위해제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자기 리속만 차리면서 직속상관들한테도 보고 한 마디 없었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