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마다 임진왜란과 연관하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전설적인 장수가 나와 적군을 물리쳤다든가 하는 그런 식인데 그중에는 성중의 절량 절수 위기를 기지로 모면했다는 유사한 내용도 있어 흥미롭다. 즉 오산의 독산성 세마대와 서울 삼각산의 노적봉 호남의 영산강 등이다. 세마대는 글자 그대로 말을 씻겼다는 곳이요 노적봉은 거적과 짚을 덮어 곡식 더미처럼 했다는 봉우리이고 영산강엔 회를 풀어 쌀 씻은 뜨물 처럼 보이게 했다는 식이다.

 세마대는 오산시의 죽미령에서 서북쪽으로 보이는 야산 독산성에 있는 누각이다. 임진란때 왜군이 성을 고립시키고 급수원을 막자 권율장군이 말을 씻기듯 속여 왜군을 철퇴토록 했다는 곳이다. 전설로는 이렇게 전한다. 성안의 물이 바닥난 것으로 지레 짐작한 왜장이 권장군에게 물을 보내며 식수에 보태라고 야유했다. 그러나 권장군은 당황하지 않고 성벽에 말을 끌어내 백미를 끼얹으며 멀리서 보기에 흡사 물로 말을 씻기듯 했다는 것이다. 이를 본 왜장은 성중의 절수는 헛소문이라 여기고 물러갔다는 줄거리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독산성전투의 일시가 분명치는 않지만 문헌에 12월로 나타나고 있으니 엄동이었던 만큼 물소동이 있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정사로는 독산성 전투를 권장군의 지모로 용전한 승전이라고 확인한다. 임진년 그해말 우리군사 만여명이 독산성에 주둔하고 있을때 2만의 왜군은 성밖으로 유인하면서 포위하고 있었다. 그럴때 우리측은 적이 허점을 보일때만 기습 교란작전으로 대응했다. 결국 왜군이 철퇴하자 정병 천여기로 퇴로를 급습 패퇴시켰다. 독산성의 승전으로 경기도 일원에서 약탈을 일삼던 왜적은 기세가 꺾이고 이듬해 또다시 행주산성에서 권율군에게 최대의 참패를 맞는다.

 독산성은 오늘날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한때는 큰비에 산사태가 나는 등 뜻깊은 유적에 대한 후세의 관심이 여리다. 이번엔 또다시 독산성 전경을 가리게 될 아파트 건설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