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이 뱃심좋게 자기 주장을 펼치자 정치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리석호 동무!』

 『네!』

 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이 정치부장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정치부장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을 노려보며 다그쳐 물었다.

 『동무는 지금 호상비판을 하는 거요? 아니면 조국을 배신하고 달아난 그 가족들을 옹호하려는 거요?』

 『저는 오늘 모인 당원들이 좀더 리성적 분위기 속에서 기탄 없이 토론해 보자는 취지에서 그런 발언을 했을 뿐 조국을 배신하고 달아난 그 가족들을 옹호하려는 뜻은 없습네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 그만 하라우. 동무의 기따우 발상은 우리 당에 대한 도전이오!』

 『저는 부부장 동지가 기탄 없이 토론해 보자는 제의에 원칙론을 이야기했을 뿐 당에 대한 도전행위는 하지 않았습네다.』

 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은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채 자기 주장을 펼쳤다. 당 총회장의 분위기는 금방 무슨 일이 터질 듯 살벌해 졌고, 여기 저기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다 못한 국장이 목소리를 낮추라고 주의를 주었다. 정치부장은 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의 큰형이 국가요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며 자기 성깔을 눌렀다.

 『또 토론할 동무 있습네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동무는 나와서 토론하십시오.』

 정치부 부부장이 다시 토론을 진행시켰지만 다음 토론자는 나오지 않았다. 중앙당에서 내려온 지시에 의해 각본을 짜놓고 하는 당 총회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지도부는 더 이상 총회를 질질 끌다가는 역효과가 나겠다고 판단한 듯 중앙당에서 하달된 벌규(罰規)에 따라 곽병룡 상좌에게 당원권리정지(黨員權利停止) 처분을 내렸다.

 당원권리정지 처분을 받은 곽병룡 상좌는 앞으로 당 총회에서 발언권, 가결권 등을 모두 박탈당하고 오직 당원이라는 자격만 남게 된다는 사실 앞에 적잖이 당황했다. 수사도 종결되지 않은 자기 아들의 조국 배신행위에 대해 당이 이런 처벌을 내린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원권리정지 처분이 내려진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배가의 노력을 경주하면 원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길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일단은 당 총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자기 자신의 부주의와 노력 부족으로 또다시 과오를 저질러 당에서 영원히 쫓겨나게 된다 해도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삭주군 사회안전부장의 말처럼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아야 되고, 당의 입장에서는 전체 당원들에게 경각심을 안겨주기 위해서도 어떤 처벌을 주어야만 당 총회의 모양새가 갖추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