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다시 돌아온 두루미 정착시킬 수 있을까


 

   
▲ 지난 16일 오전 세어도에서 발견된 두루미는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종으로 강원도 철원의 두루미와는 다른 습성을 보이고 있다. 인천 두루미 종의 이동 경로, 서식지 환경 연구를 진행해 멸종을 막아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천연기념물이자 희귀조류인 두루미와 저어새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서 인천 갯벌이 유일하다. 인천의 시조(市鳥), 겨울의 진객(珍客) 천연기념물 제202호 학(鶴).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두루미를 일컫는 말이다. 두루미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를 포함해 지구상에 1천500여 마리 밖에 없는 보기힘든 철새다. 국내에서는 350여 마리 정도가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두루미는 지난 1980년대 후반 인천에서는 그 자취를 감췄다. 20여 년이 지난 2006년부터 인천 서구 청라매립지 인근에서 서서히 두루미 2~4마리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가운 겨울 손님에 대한 인천시민의 대접은 야속하기만 했다. 연희동 갯벌이 매립되자 두루미는 20년 동안 인천을 떠났다. 그 이후 매립된 지역은 논으로 활용됐다. 두루미들은 자신들이 월동했던 인천의 향수를 잊지 않았다. 다시 경서동 매립 지역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청라국제도시라는 이름으로 다시 논은 빼곡한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두루미들은 다시 연희동을 벗어나 인천 내륙에 맞닿은 마지막 갯벌이 있는 세어도 갯벌을 쉼터로 선택했다. 그 불안한 세어도 갯벌의 쉼터도 언제 없어질 지 모를 일이다.

20여 년 만에 힘겹게 인천을 찾아온 천연기념물 두루미의 멸종을 막는 일은 이제 인천 시민들의 몫이다.


▲하늘을 나는 천연기념물

두루미는 인천의 시조(市鳥)가 될 만큼 인천과 인연이 깊다. 하지만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이제 시조는 사진으로만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거 인천 갯벌은 천연기념물 두루미의 국내 최대 서식지였다. 정부도 두루미 서식지의 보존가치를 인정해 지난 1977년 인천 서구 경서동과 연희동 일대 갯벌을 천연기념물 257호로 지정해 보호했다.

이때만 해도 강화도와 인천 경서동, 연희동에서는 시민들이 쉽게 수십 마리의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었다.
갯벌과 들판에서는 다른 철새들과 더불어 멋진 두루미의 군무를 망원경 같은 별도의 장비없이 바라보고 감탄했다. 하지만 두루미 서식지 보호구역 지정 몇 년 만에 갯벌 매립 계획이 발표됐다.

현재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가 세워진 동아건설의 갯벌 매립 계획이었다. 정부는 결국 1984년 지정 7년 만에 연희동, 경서동 일대 갯벌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했다. 그 결과 인천에서 두루미는 자취를 감췄다. 수 없는 학계의 모니터링에도 20년 동안 두루미는 인천을 찾지 않았다.

두루미 가족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강화도 깊숙한 곳으로 옮겨 갔다. 물론 그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어 2마리에서 10마리만 강화도에서 발견될 정도였다. 인천에서 다시 두루미가 발견된 것은 지난 2006년이었다.

인천일보와 인천녹색연합이 청라매립지 조류 조사를 실시하던 중 우연히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 무리를 발견해 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과거 청라매립지를 찾았던 일부 두루미가 농경지로 바뀐 청라매립지를 20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으로 추측됐다. 그 이후 6년이 흐른 2012년 다시 두루미 네마리(2가족)가 인천 원창동 세어도와 강화도 동검도 사이 갯벌에서 발견됐다.

세어도를 찾은 두루미 가족은 강원도 철원을 찾는 두루미와는 다른 종이다.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국내 유일의 두루미라는 의미다. 이에 인천 두루미의 서식 환경, 이동 경로, 보호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노력은 전무한 상황이다. 또 현재 두루미가 찾은 세어도 인근 갯벌 서식지도 안전하지 않다.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공항철도에 따른 교통 소음과 크고 작은 바지선, 선박이 수시로 운행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편하게 쉴수 있는 잠자리는 이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에 두루미의 휴식 장소였던 세어도의 담수 양식장의 둑이 터지면서 그나마 있던 휴식처도 없어졌다. 여기에 인천 갯벌의 90%가 사라진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립 계획이 추진돼 두루미 가족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인천의 시조인 두루미의 멸종을 막을 의무가 이제 인천시민들에게 넘어왔다.

한편 두루미는 시베리아의 우수리지방과 중국 북동부, 일본 홋카이도 동부 등지에서 번식하며 겨울에는 중국 남동부와 한국의 철원, 서해 갯벌에서 겨울을 난다. 일본의 홋카이도산 두루미는 번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텃새다. 두루미의 몸길이 136∼140㎝ 날개편길이 약 240㎝ 몸무게 약 10㎏이다. 온몸이 흰색이다. 머리꼭대기는 피부가 드러나 붉은 색을 띈다.

국내 두루미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이기섭 박사는 "인천을 찾는 두루미의 경우 강원도 철원을 찾는 흑두루미, 재두루미와는 크게 다른 습성이 있는 인천의 고유 종"이라며 "인천의 두루미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형래기자 trueye@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