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몸짓으로 의사 소통 줄다리기·축구 등 한바탕 놀이
훈로이초교·락훙 초중교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 절실
   
▲ 옌 뚜이 지역 학교 학생들의 주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짧게는 5분여, 길게는 1시간 가까이 달려 등하교를 한다. /사진제공=월드비전 인천지부


▲다른 말, 같은 마음

"신짜오."

옌 뚜이의 훈로이 초등학교에 도착한 한국 아이들이 현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나라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다.

마침 수업을 받고 있던 1학년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낯선 이들의 방문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아이들은 곧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교실에서 나와 건물 앞 운동장으로 모였다.

아이들이 모두 모이자 작은 운동회가 열렸다.

먼저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서먹서먹해 하던 한국 아이들과 베트남 아이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한마음이 됐다. 어느새 '하나, 둘'이란 구호도 함께 외친다. 줄다리기에 이어 줄넘기, 축구, 꼬리잡기 등 여러 놀이가 운동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각각 작은 그룹을 만들어 나름의 방식대로 어울린다.

 

   
▲ 지난 1일 옌 뚜이 훈로이 초등학교에서 학교 학생들과 교사, 한국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옌 뚜이(베트남)=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

영어가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언어를 쓰면서 소통한다. 한 한국아이가 목에 걸고 있던 이름표를 가리키며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그리곤 손가락로 앞에 서 있던 베트남 아이에게 "넌?"이라고 묻는다. 베트남 아이는 뜻을 알아들었는지 "쒄"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서로의 이름을 주고받은 아이는 한국어와 베트남어, 손짓과 몸짓을 섞어가며 의사전달을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아이는 없다. 오히려 서로의 눈빛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더 집중한다.

그러던 중 누군가 시작한 기차놀이가 거대한 하나의 '끈'이 됐다. '기차'가 지나가면 옆에 구경하던 아이들이 자연스레 합류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허리를 잡은 채 온 학교를 돌았다.

그렇게 옌 뚜이 도착 첫째 날 말이 달라도 마음이 통한다는 걸 확인한 한국 아이들은 둘째 날 더욱 적극적으로 현지 아이들을 만났다.

둘째 날 방문한 학교는 중학생 68명, 초등학생 102명이 함께 생활하는 락훙 초·중학교다.

훈로이 초등학교와 달리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들이 입고 있는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체육복. 마치 우리의 교복처럼 아이들 대부분이 입고 있다.

이 날 가장 인기 있었던 놀이는 제기차기다. 우리의 제기와 달리 머리 부분에 긴 깃털 하나가 달린 베트남 제기는 마치 셔틀콕처럼 더 잘 튄다. 동그랗게 선 채 발이나 손을 이용해 상대에게 제기를 넘기며 논다.

몸높이로 제기가 날아오면 어깨나 가슴을 이용해 툭 쳐 발 근처로 떨어뜨린 후 공을 차듯 상대에게 보낸다. 자기 또래의 중학생 아이들이 마치 묘기를 부리듯 온 몸을 사용하며 제기를 차자 한국 아이들이 연신 감탄을 터뜨린다.

최우석(잠원초 6년)군은 "환경도 다르고 말도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함께 놀아보니 그냥 편한 친구같았다"며 "특히 함께 미래 학교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 그릴 때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 지난 2일 방문한 락훙 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체조를 하고 있다. 우리의 교복처럼 체육복을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옌 뚜이(베트남)=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


▲열악한 학교시설

훈로이 초등학교는 8~13세 아이들 223명이 공부하고 있는 작은 학교다.

1965년에 설립돼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운영되다가 지난 2002년 분리됐다. 월드비전 인천지부와는 작년부터 연계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원 받기 시작한 지 채 2년이 안 돼 아직 시설은 열악하다.

교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17곳이 있지만 5곳은 벽이 무너지는 등 도저히 교실로 활용이 불가능해 12곳만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정식 운동장도 아직 없다. 체육시설 하나 없는 학교 건물 앞 공간을 이용해 조회를 서고 놀이도 한다. 그나마도 콘크리트 바닥이 군데군데 깨지고 패여 있어 아이들이 뛰놀기에 적합하지 않다.

1960년에 설립된 락훙 초·중학교 역시 15개 교실 중 수업이 가능한 10개 교실만 이용하고 있다. 이 중 3개 교실은 비가 새는 등 열악하지만 공간이 없어 할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 중학생을 위한 컴퓨터실, 과학실, 도서관 등 다양한 교육시설이 필요하지만 교사, 공간, 재정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0% 빈곤 … 교재 한계""교육에 부모관심 필요"

로티 레 지엠 훈로이 초등학교장

"물질적인 문제도 있지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에요."

로티 레 지엠(40) 훈로이 초등학교장은 교실이나 시설 등 학교 기자재가 부족한 것보다 지역민들이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함을 인식하는 게 시급하다고 전했다.

현재 12개 교실을 사용하고 있는 훈로이초교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가르치기가 어려워 오전과 오후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수업시간을 제대로 알지 못해 제 시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학생 60%가 빈곤층입니다. 부모가 먹고 사는 데 더 힘쓰다 보니 학교를 보내는 것도 힘들고 보내더라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교재나 준비물을 챙겨주는 건 매우 어렵다고 봐야지요."

더욱이 지역민 90%가 소수 부족인 므엉족으로 학교에선 베트남어를 쓰지만 가정에선 므엉족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 아이 교육에 더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갔다가 미처 몰라 오후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 측에선 급식시설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의자나 식탁 조리기구 말고도 갖춰야 할 기반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다른 학교인 락훙 초·중학교의 경우 급식시설을 지었지만 수도나 냉장고 등 다른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티 교장은 "작년 월드비전과 연계되면서 지역사회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도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어 앞으로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 뚜이(베트남)=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