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부부장은 그때서야 힘을 얻은 듯 다시 연단으로 나가 당원들을 선동해 댔다.

 『동지들! 우리 당 규약 제1장 5조 3항을 보면 「당원은 당 회의에서 정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 한 어떤 당원을 막론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네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곽병룡 동무와 그의 맏아들이 저지른 조국배신행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있는 것입네다. 아직도 비판할 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 동무는 연단에 나와서 기탄 없이 토론하십시오.』

 정치부 부부장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총회장에 앉은 당원들을 선동했다.

 그때 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이 손을 들었다. 정치부 부부장은 이외라는 듯 정치부장의 눈치를 살피다 발언권을 주었다. 천마군 사회안전부장은 호상비판대에 올라가 공손히 절을 한 뒤 앞으로 걸어나왔다.

 『동지들 안녕하십네까? 리석홉네다. 저는 조금 전 호상비판을 하고 내려간 삭주군 사회안전부장의 주장에는 찬성하나 조국을 위해 일생을 바쳐 온 곽병룡 동지를 우리 당에서 출당시키자는 주장에는 좀더 시간을 두고 토론해 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당원 동지들 앞에 건의합네다.

 왜 그런가 하면 곽병룡 동지의 맏아들은 이미 만 17세가 넘은 공민이기 때문입네다. 만 17세가 넘은 공민의 부정한 행위나 조국배신행위까지 부모가 다 책임진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네다.

 더구나 4년 전에 부모 곁을 떠나 전연에서 군대생활을 하는 군인의 위법행위나 조국배신행위는 부대장과 그 행위를 한 공민이 책임져야지, 그것마저 후방에 있는 부모형제가 책임진다면 우리 공화국에 살아남을 부모는 한 사람도 없을 겁네다.

 여러 동지들도 잘 알다시피 의주군과 삭주군에 사는 질 나쁜 젊은 아이들은 부모들이 그렇게 사상교양을 시키고 감시해도 국경을 넘어 수정주의로 나가고 있는 중국을 암암리에 래왕하고 있습네다. 이런 조국배신자들을 붙잡을 때마다 부모형제들을 함께 처형하면 우리 공화국 형편이 어드렇게 되갔습네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에도 전 인민의 정치사상교양은 사회주의 교육기관과 국가가 책임지게 되어 있습네다. 뿐만 아니라 우리 당 규약 제1장 4조 8항을 보면 「당원은 혁명규율과 질서를 준수하고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안일과 나태함이 없이 혁명적인 경각성을 높이고 당, 국가 및 군사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고 했습네다.

 저의 경험과 판단으로는 곽병룡 동무가 자기 아들의 조국배신행위를 당 조직에다 보고하지 않은 것은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군단 보위부가 입밖에 내지 말라고 한 요청 때문이라고 생각합네다. 그러므로 그걸 빌미로 곽병룡 동무를 출당시킨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네다. 최소한 군단 보위부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라도 경과기간을 둔 뒤 다시 당 총회를 열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저는 옳다고 생각합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