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국장은 으흠, 으흠, 하면서 바쁘게 목청을 가다듬으면서 눈을 치떴다.

 『곽병룡 동무?』

 『네! 국장 동지!』

 『동무는 맏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났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소? 그 사실을 처음 안 시기를 말해 보시오?』

 『국가안전보위부에 복무하는 곽병기 대위가 평양에 출장을 다녀왔다고 하면서 달포 전 집에 왔을 때 오마니한테 인사를 하면서 알려주어서 저도 알게 되었습네다.』

 『곽병기 대위와는 어드런 관계이오?』

 『제 막내동생입네다.』

 『길타면 보위부에 복무하는 동생으로부터 달포 전에 맏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났다는 중대한 사실을 알고도 동무의 신상에 관해 책임을 지고 있는 나나, 정치부장한테는 이렇다 보고 한 마디 없었단 말이오? 기거이 말이 되는 소리오, 동무?』

 안전국장은 심하게 자존심이 짓밟힌 표정으로 따졌다. 곽병룡 상좌는 그때서야 자신이 경황없이 쫓아다니다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구나 하고 놀라면서 용서를 빌었다.

 『제 아들놈이 진짜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갔는가? 저도 사실 처음에는 너무 억이(기가) 막혀 그놈이 복무하는 부대 직속상관이라도 찾아가 제 눈으로 그 사실을 확인한 연후에 보고 드리려고 백방으로 쫓아다녔지만 엊그제 중앙당의 소환을 받고서야 그 사실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습네다. 본의 아니게 말씀 드릴 시기를 놓쳐버린 점에 대해 오해가 계셨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국장 동지나 부장 동지한테까지 제 아들놈의 조국배신행위를 감추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네다.』

 안전국장은 그때서야 분노가 좀 풀린 얼굴이었으나 곁에 앉아 있는 정치부장을 의식하며 계속 따졌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오? 동무 엊그제 나한테 와서 중앙당의 소환을 받고 평양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고 보고하면서도 그런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잖소?』

 곽병룡 상좌는 직속상관에게 사건을 고의적으로 감추거나 보고를 묵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안전국장은 토대 좋고 빽 줄 좋다고 도 안전국 산하에 있는 직속상관 따위는 사람 같이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뒤늦게 무슨 구차한 변명을 그렇게 늘어놓느냐고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여러 말 말고 조금 후에 열릴 안전국 당 총회에서 동무는 아들의 조국배신행위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마음으로 당원들 앞에서 사실을 밝히고 그와 연계해 동무가 범한 상관 모독행위에 대해서도 진정 뉘우치는 자세로 자아비판을 좀 하시오. 여기 앉은 정치부장 동무나 나는 아직도 동무의 근간 행적을 되돌아 볼 때마다 참지 못할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오. 달포 전에 일어난 일을 여태 말 한마디 없었다는 것이 말이나 되오?』

 국장은 자신도 모르게 치솟는 모멸감을 감추지 못해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