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주군 사회안전부장은 전체 당원들이 과거의 실례를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듯 잠시 좌중을 지켜보다 호상비판(互相批判)을 계속했다.

 『또 소속 부대장의 과오와 열악한 복무환경이 사상적 전향을 부를 만큼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나고는 있습네다. 길치만 일차적으로는 개인 사생활이 려자 문제로 복잡하다거나 도적질을 해먹다 들통이 나니까니 조국과 부모형제를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난 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네다.

 곽병룡 동무의 맏아들은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조국배신행위의 1차적 동기가 뭔지는 좀더 있어봐야 진의가 밝혀진다는 말을 우리는 조금 전에 들었습네다. 그렇지만 그 1차적 동기야 어떠하든 곽병룡 동무의 맏아들도 조국을 버리고 남조선으로 달아난 사실만은 부정할 수가 없습네다.

 이건 동기를 떠나서 우리 당원 동지들 전체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합네다. 신상에 위기와 고난이 닥친다고 해서 조국의 최일선을 지키고 있는 경애하는 수령님의 전사들이 총을 놓고 모두 남조선으로 달아나 버린다면 우리 조국의 앞날이 어드러케 되갔습네까? 어드런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입네다. 이건 어떤 경우에도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되어야 하고, 그 가족들 또한 준엄한 당적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네다.

 그 자식을 키울 때 오마니와 아버지가 사상단련을 잘 시켰다면 그 자식들이 부모의 슬하를 떠나 군대생활을 하면서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나갔습네까? 입이 열 개가 있다고 해도 저의 개인적 판단으로는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난 배신자들의 가족들은 할말이 없다고 생각합네다.

 더구나 우리 조선로동당 규약 제1장 4조 9항을 보면 「당원은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하여 당 조직에 신속히 보고하여야 한다」고 했습네다. 그런데도 곽병룡 동무는 당 조직에 자기 아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간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보고하지 않았습네다. 군단 보위부가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비밀을 엄수해 달라고 한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네다.

 여러 동지들도 알다시피 곽병룡 동무는 지금껏 저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기도 했습네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정리와 조직의 리익을 함께 할 수는 없습네다. 우리 당의 앞날과 당적 리익을 위해서도 곽병룡 동무는 자기 자식이 저지른 죄과에 대해 부모로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하므로 저는 여러 당원 동지들 앞에서 곽병룡 동무의 출당을 건의합네다. 동지들! 제 의견이 어드렇습네까?』

 선동하듯 삭주군 사회안전부장이 당원들을 향해 소리치자 여러 당원들이 『맞소!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달아난 배신자들은 그 가족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합네다』 하면서 박수를 쳐댔다.

 삭주군 사회안전부장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연단을 내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