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중 수교 20년에 부쳐이규형 주 중국한국대사


 

   
 

중국에 '신강체장(身强體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몸이 건강하고, 기골이 장대하다'는 뜻입니다. 금년으로 수교 20주년을 맞아 성년이 되는 한·중관계가 꼭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중관계는 지난 20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그 덩치 면에서는 '체장(體壯)'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빈번한 고위인사 상호방문, 2천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교역규모 및 연간 600만 명을 웃도는 상호 인적교류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의 통계가 숫자로 이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키 188㎝ 정도의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한 셈이지요.

그러나 내실도 그 만큼 견실하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연평도 사건 등 한반도 관련 전략적 사안 및 역사, 문화 문제 등 민족정서 문제를 둘러싼 네티즌 간 공방 같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러한 지적에 따르면, 현재의 한·중관계는 아직 '신약체장(身弱體壯, 몸 약하고 덩치만 큼)'한 청년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보다 건강하고 내실있는 한·중관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그간 지적되어 온 한반도 문제 및 양국의 대미국 관계 등에 대한 소통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외교당국간 전략대화 등 정부차원의 협의는 물론, 민간 학술기관간 혹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트랙 2 또는 1.5 차원의 대화도 중요합니다. 정상 등 최고위층간 빈번한 상호방문 등 소통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둘째, 양국 국민들간 상호 이해증진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지금 혹시 한·중 양국 국민 간에는 '멀리 있는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더 실감나게 들리는 것은 아닌지 겸허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금년도 수교 20주년을 계기로 준비 중인 각종 행사들이 양국 간 상호 우호정서 함양에 큰 기여를 하기 기대합니다.

끝으로 한·중 간 전면적인 관계 강화를 도모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양국간 관계 강화 노력에 인천을 포함한 지방들이 더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특히 인천은 톈진, 충칭 등 중국 주요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면서 대중국 교류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인천의 적극적 기여를 기대합니다.

이제는 내실있는 '발전'이 필요한 때입니다. 올해가 '신강체장'하고 '내외겸수(內外兼修, 안과 밖이 모두 온전함)'한 양국관계의 신기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