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乎뉠?상좌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당원들의 표정을 살펴보다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달포 전에 보위부에 복무하는 동생으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은 화물자동차를 엎어먹으면서 머리를 다친 제 아들놈이 군의소에 입원해 뇌 촬영검사를 받는 사이 어느 날 갑자기 자취가 사라졌다는 소식과 혹시 정신이 실성해 군의소를 빠져나가 집으로 가지 않았느냐고 실종된 제 아들놈의 행방을 찾는 부대장의 수소문 뿐이었습네다.

 저는 제 막내 동생으로부터 그 사연을 전해 듣는 순간 제 아들놈이 복무하는 전연지대 사단장과 직속상관이 원망스러웠습네다. 자식 낳아 고이 길러 조국과 우리 당이 요구하는 대로 인민군대에 바쳤더니 조국 보위의 최일선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잘 있다는 안부편지는 커녕 느닷없이 실종되었다는 소식만 날아오니 이 무슨 날벼락인가 싶어 억이 막혔습네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4년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이날까지 가족 전체가 보고 싶은 마음을 자제해 오고 있는데, 인민군 복무규정에 의거해 휴가 한번 보내주지 못한 데 대해 양해를 구하는 연락은 보내주지 못할 망정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뭔가 하는 안타까움과 의구심 때문에 제가 복무하는 직속상관한테까지 보고할 수 있는 겨를이 없었습네다. 그 당시는 제 아들놈이 남조선으로 넘어갔는지, 아니면 어느 산골짝에 처박혀 죽었는지, 그 행방마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제 아들놈이 복무하던 부대에서도 제 아들놈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극비로 해 달라는 요청뿐이었기 때문입네다.

 아직도 제 아들놈의 조국배신행위에 대해서는 군단과 사단보위부가 그 원인을 계속 조사중입네다. 군단보위부와 사단보위부간의 사고경위 조사결과가 틀리기 때문입네다.

 단지 드러난 것은 제 아들놈이 남조선으로 넘어갔다는 사실과 사단보위부 수사요원들이 제 아들놈에게 공개 총살형을 당하기 전에 빨리 자신들이 꾸며놓은 서류에 지장을 찍어라 하면서 밤낮으로 공갈 협박하는 것이 두려워 제 아들놈이 남조선으로 달아나고 말았다는 사실뿐입네다. 제 아들놈이 복무하던 군단보위부에서는 아직도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으니 제 아들놈의 남조선행을 입 밖에 내지 말라는 요구뿐입네다.

 그런데 제 아들놈이 낸 전연지대 화물자동차 전복사건이 어드런 경로를 거쳐 도 안전국 산하 전 당원들에게 공개되었고, 그 사실을 직속상관한테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리유 때문에 당 총회장까지 나와서리 일케 자아비판까지 하게 되었는지 저는 그 경과를 알지 못합네다.

 그렇지만 저는 제 아들놈이 복무하던 군단 보위부의 요청에 따라 저의 직속상관한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습네다. 당원동지 여러분! 저의 당원으로서의 석연찮은 행동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면 널리 용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