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유독성'강조한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모를 폐질환 원인으로 의심받던 지난 1일.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폐 손상 사이의 연관성은 충분한 근거를 갖는다"며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강제 리콜 등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살균제가 폐질환 원인으로 의심됐지만 확정되지 못한 채 논란 중이었다.

"환자들 폐 조직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독성이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일관적으로 가습기를 사용해 왔죠. 지난 2000년, 화학물질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일했던 30대 근로자가 폐섬유화로 갑자기 사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때와 임상적 경과가 동일했기 때문에 살균제가 영향을 줬다는 소견을 확신했습니다."

그는 특히 임산부, 영유아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이는 어른보다 체중 당 호흡량이 높다. 산모 역시 태아때문에 호흡량과 혈류량이 일반인에 비해 30% 증가된다.

"아이와 산모는 숨을 들이킬 때 보통 사람보다 많은 양을 흡입합니다. 그만큼 공기를 통해 독성을 많이 들이키는 거죠. 또 성인들은 독성을 해독하거나 배설하는 능력이 있는데 반해 아이들은 거의 배출하지 못해 몸 안에 쌓이게 됩니다. 이번 사고에서 사망자 중 아이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죠."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질병은 폐 섬유화다. 화학물질이 폐에 침출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섬유화세포를 자극해 폐 속이 마치 가는 실로 채워지는 것처럼 변하면서 딱딱해져 숨을 못 쉬게 된다. 열이 없는 상태에서 가래와 기침 증세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이런 폐섬유화에 걸릴 위험이 무려 47.3배가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흡연자의 질병 발병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10배입니다. 47.3배는 어마어마한 수치죠."

임 교수는 모든 살균제의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자연적으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어항이나 화초를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젖은 수건을 널어놓는 것도 방법이고요. 또 가습기를 쓴다면 살균제가 아닌 베이킹파우더나 중성세재로 자주 세척하는 게 좋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생활용품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샴푸, 화장품, 물티슈, 살충제, 방향제 등 우리가 흔히 쓰는 물건들에도 화학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질이 폐나 피부를 통해 우리 몸과 접촉됐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검증이 없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쓰는 물티슈는 기준치조차 적혀 있지 않죠. 정부가 보다 철저하게 관리기준을 만들어 유해성을 평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심영주기자 yjshim@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