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유람선 시범운항 … 직접 타보니
   
▲ 경인아라뱃길 관광객들이 인천시 서구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유람선 하모니호에 승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인아라뱃길의 유람선 시범운항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유람선 시범운항 이후 1주일 만에 5천356명의 관광객이 경인아라뱃길을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밝힌 것처럼 경인아라뱃길은 관광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격 개장을 앞둔 사람들의 반짝 관심에 불과한 것일까.

인천일보는 지난 11일 경인아라뱃길을 방문해 유람선을 타고 직접 관광 경쟁력을 확인해 봤다.

사업 기간 2년6개월, 사업비 2조 2천억 원이 소요된 경인아라뱃길.

한국수자원공사는 시범운항에서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 후 내년 5월 경인아라뱃길을 전면 개장할 계획이다.

경인아라뱃길 건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찬·반 여부는 뒤로 미뤄두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완공된 만큼 인천 지역 경제에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급선무다.


지난 11일 오후 2시40분, 인천시 서구의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한 바탕 비를 퍼부을 것만 같았다. 좋지 않은 날씨에도 이 시간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속속들이 자리했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유람선 표를 사고 선착장으로 나섰다. 경인아라뱃길과 서해를 구분하는 아라서해갑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습한 바닷바람과 함께 심한 악취가 코끝을 스쳤다. 인근 수도권매립지에서 날아온 악취였다.

"이게 무슨 냄새야? 쓰레기장이야?"

얼굴을 찌푸린 관광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오후 3시 하모니(700t급) 유람선이 선착장에 정박했다.

관광객들은 유람선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하모니 유람선의 정원은 685명. 관광객 수는 400명 정도 돼 보였다. 평일 오후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건 노인 단체, 종교단체 회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가족과 함께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을지는 우선 지켜봐야 할 문제다.

유람선은 뱃고동을 울리며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을 출발했다. 악취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청운교였다. 경인아라뱃길에 건설된 12개의 교량 중,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아라김포여객터미널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다리다.

"청운교는 서해의 낙조를 표현한 다리입니다. 그에 맞게 야간에는 붉은 빛 조명이 다리를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유람선 안내인의 설명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러나 청운교를 지나자 단순한 주변 풍경이 펼쳐졌다. 자전거 도로와 아직 풀도 채 자라지 못한 수변 경관이 감흥 없이 이어졌다. 굴곡 없는 뱃길을 따라 유람선은 이동했고 주변 경관도 변화 없이 똑같이 이어졌다.

수향 3경인 시천가람터가 눈에 들어왔다. 수상무대, 분수 등 도심 속 워터프론트 공간인 시천가람터는 차가운 가을바람만큼 휑했다.

뱃길 중반으로 접어들자 아라폭포가 보였다. 아라폭포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장대한 물줄기를 자랑, 경인아라뱃길 유람선 관광의 백미로 꼽힌다. 그러나 이날 폭포는 볼 수 없었다. 마무리 공사 때문이었다. 특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티가 너무 많이 나 물이 흐른다고 해도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라폭포를 지나니 단조롭고 똑같은 수변 경관이 이어졌다.

관광객들은 하나, 둘 주변 관광을 멈추고 유람선 내부로 들어갔다. 러시아 댄서들의 전통춤 공연 등 유람선에서 제공하는 관광 프로그램을 접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노인 관광객들은 어느 새 러시아 댄서들과 함께 춤판을 벌였다. 소위 '관광버스'에서 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단조로운 바깥 풍경과 소란스런 춤판 분위기에 지쳐 유람선 한 구석에 앉아 한시 바삐 아라김포여객터미널에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네요. 방송을 접하고 뱃길을 보려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볼 것도 없고. 한 번 와봤으니 다시 올 것 같지 않네요." 가족들과 함께 배를 탔던 김인숙(여·36) 씨는 말했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아라김포여객터미널까지는 18㎞, 유람선을 통한 이동 시간은 한 시간 반이다. 이 시간 동안 경인아라뱃길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