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나 술 같은 것을 들고 와서 건네주면서 다음에도 그런 일이 있으면 먼저 좀 알려 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어깨가 으쓱해졌고, 가는 곳마다 대접이 융숭했다.

 정보가 차단된 공화국 사회에서 남보다 먼저 기밀문건에 적힌 정보를 암암리에 사유화 할 수 있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기요과장 자리는 결코 남에게 건네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평소 곽병룡 상좌로부터 많은 도움과 은혜를 입었지만 돌아서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눈에는 이제 곽병룡 상좌가 더 섬길 가치가 없는 인물로 보인 것이다. 나이 오십 넘어 오지 고원지대로 추방되면 토대와 빽 줄이 좋다해도 사상범은 빠져 나오기 힘드는 것이다. 빨리 안면을 바꾸면서 배를 옮겨 타는 것이 조직 내의 험한 파도를 쉽게 건너가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혼자 배를 옮겨 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동료들한테 슬쩍슬쩍 정보를 떨어뜨리며 선전 선동해 충성조를 조직해 놓으면 신임 김문달 중좌도 자신을 함부로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는 빨리 선전선동사업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로청위원장한테는 알려줘야갔디. 기러구 안전과장과 경리과장한테도 귀띔해줘야 내가 아쉬울 때 찾아가서 기댈 수 있갔디….

 기요과장은 김문달 중좌 방으로 건너가면서 충성조원으로 끌어들일 사람들을 짚어보았다. 사로청위원장과 안전과장을 끌어들이면 그 수하의 사람들은 자연적 몰려오니까 충성조는 쉽게 조직 될 것 같았다.

 그러면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우리는 지도자 동지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고 있는 김문달 중좌를 신임 안전부장으로 환영하며, 앞으로 그가 안전부장으로 정식 발령을 받으면 지도자 동지를 모시듯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것이다』라고 선동하면 수많은 안전원들이 충성조의 결의에 동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김문달 중좌는 분명히 흡족해 할 것이다. 그리고 충성조를 조직한 자신은 자연적으로 새로 부임하는 안전부장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받을 것이다.

 기요과장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힘이 솟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자신도 직장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로 부상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감찰과(수사과)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사로청위원장과 백창도 과장한테 한 마디 던져 놓으면 정보파급효과가 대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감찰과 나들문을 열고 고개만 내밀었다.

 『감찰과는 요사이 어드렇습네까?』

 『길케 삐쭉 고개만 디밀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가시라요.』

 자리에 앉아 있던 사로청위원장이 먼저 보고 일어나 나들문 쪽으로 걸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