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감사 부재 … 인천 버스준공영제 흔들
   
▲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인천시가 안고가야 할 문제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업체인 삼화고속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지난 10일 인천시 서구 석남동 삼화고속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윤상순기자 youn@itimes.co.kr


삼화고속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에 고통받고 있다.

삼화고속 측은 열악한 재정상황을 주장하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싸움 속 시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삼화고속이 민간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광역버스에 대한 버스준공영제 시행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천시는 현재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선·간선 버스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버스 업체에 대한 철저한 감독 속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중교통은 곧 인천시의 몫

"버스는 대중교통이잖아요. 당연히 시민들의 입장에서 운영돼야죠. 인천시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평구에 살고 있는 정승용(31) 씨의 말이다.

대중교통은 공공시설이고 이에 대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삼화고속 파업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직결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천시 차원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화고속 측은 8월 현재까지 46억 원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역버스의 경우 6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유가상승과 인건비 상승이 이유였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삼화고속은 지난 2009년 33억 원, 지난 2010년 9억6천3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1년 만에 막대한 금액 차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건 믿을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운전자들은 "삼화고속 한 번 타보세요. 매일 서울을 오가지만 항상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꽉 들어찹니다. 이렇게 많은 손님이 이용을 했는데 적자라니요.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해야 흑자라는 겁니까?"라고 말한다.

노조가 삼화고속 측과 인천시를 상대로 정확한 재무제표 현황을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삼화고속이 민간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자료 요구를 망설이고 있다.

광역버스에 대한 준공영제 시행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원금을 지급하는 만큼 해당 업체에 재무상황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데다 버스 노동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교통 편의까지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 현재 버스준공영제에 참여하고 있는 간선·지선 버스 업체에 대한 지도·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버스준공영제 지원금은 '눈먼 돈'

버스준공영제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의 버스 노선권을 수거한 뒤 이를 버스업체에게 분배, 적자 부분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인천시는 현재 수입공동관리형과 인천형, 두 가지 형태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수입공동관리형은 운송원가대비 수익금을 계산해 적자 부분을 100% 지원해 준다. 인천형은 재정지원 운송원가 대비 수익금을 계산해 재정적자 부분에 대해 인건비의 약 45%를 지원한다. 버스준공영제는 간선·지선 버스에만 적용되며 광역버스는 제외다.

인천시는 올해 버스준공영제 지원금으로 550억 원 정도 소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470억 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문제는 2009년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된 이래 단 한차례도 해당 버스 업체를 상대로 감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55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서 그 돈이 정작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운송업체에 지원되는 유류지원비와 환승지원비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진 바 없다. 삼화고속의 경우 지난 한해 유류지원비와 환승지원비 명목으로 78억 원을 가져갔다.

실제로 지난해 버스 업체에서 공차를 운행하고 마치 실제로 운행한 것처럼 속여 지원금을 챙기다 인천시의회를 통해 적발되기도 했다. 버스 업체들 사이에서는 버스준공영제 지원금이 눈먼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도형 인천시의원은 "모 광역버스업체는 버스준공영제에 들어가려고 의회와 시 관계자를 상대로 전 방위 로비까지 벌인 바 있다"며 "적자 보전해주면서 지원금 이용 내역을 확인도 하지 않고 정작 버스 노동자와 시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지원금이 업체의 배를 불리는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스준공영제 확대 … 철저한 지도관리 필요

인천시는 삼화고속을 버스준공영제로 확대할 경우 150억~2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화고속이 인천 지역 전체 광역버스 노선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광역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할 경우 3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막대한 예산이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이유로 광역 버스의 준공영제 운영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 시설인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기업들의 자본 논리에 맡겨 버릴 경우 적자 노선은 자연 폐쇄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실제로 삼화고속은 적자를 이유로 4개 노선에 대한 폐지를 인천시에 요청한 상태다. 이 폐지 노선에 대해서는 인천시에서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버스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시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해서도 광역버스의 준공영제 시행은 필요하다.

삼화고속 노동자들은 다른 준공영제 참여 버스 노동자들 보다 평균 1~3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운수노동정책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삼화고속 노동자의 73%가 지난해 1회 이상의 교통사고를, 30%가 2회 이상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은 1.34회로 이는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조사한 2009년도 조합원대상 설문조사 연평균 교통사고 0.48회의 세배 수준이다. 버스 노동자의 상태가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 준공영제에 참여 중인 버스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옥희 비정규대안센터 소장은 "인천시의 예산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현재 준공영제 참여 업체들에 대한 지원금 감사도 벌이지 않고 있다"며 "새는 돈을 막고 체계적으로 예산을 운영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지원금을 3회 이상 부당 사용하다 적발된 업체는 운행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관리·감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필기자 ljp8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