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발상지'터키·그리스·이탈리아 거울삼아市, 21세기 신실크로드 시대'선두주자'로 도약
   
▲ 터키의 이스탄불 해협을 잇는 보스포러스 대교의 위용. 이 곳은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좁다란 해협이지만 동서양의 문물이 넘나드는 실크로드의 요충지다. 인류가 일궈낸 수많은 문명이 이곳을 통해 오갔기에'동서양의 가교'라고 부른다. /이스탄불(터키)=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인천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수도를 지향하는 도시다. 국가의 경제력은 활발한 물류거점도시에서 완성된다. 인천이 대한민국의 경제수도를 비전으로 삼은 것은 하늘과 바다 육지를 잇는 물류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천은 지정학적으로도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理)가 인천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일보와 인하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갈 인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2006년부터 '실크로드에서 인천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인류문명사의 젖줄인 실크로드를 탐사해왔다. 실크로드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중추일 뿐 아니라,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류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견인하는 혈관이기 때문이다.

취재단은 1차 년도에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나라들을 탐사했다. 2차 년도에는 서남아시아의 핵심이자,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가 깃든 이란을 탐사했다. 3차 년도에는 올림픽으로 부산한 때 중국 신장지역을 탐사하고, 지난 4차 년도에는 열사(熱沙)의 중근동지역을 탐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해인 올해는 지중해지역과 실크로드 종착지인 로마를 탐사했다.
 

   
▲ 그리스 아테네시의 수호여신들이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고있다.


이번 연재는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이곳은 근대문명의 시원이자 민주주의의 발상지이다.

특히, 오늘날 지구촌 삶을 지배하는 서구중심의 사고가 대부분 이 지역에서 근원을 제공하였기에 이들 나라의 국민들 또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 자부심은 곧 수천 년 동안 축적되어 온 문화에서 비롯되었고, 문화를 일으킨 원동력은 막대한 경제력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제발전 없이는 문화도 발전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탐사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지배한 문명국가들의 성장 배경과 몰락의 징후들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경제수도는 물론 통일국가 이후의 인천의 발전전략 수립에도 참고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탐사단은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과 씨름하며 하루 평균 15시간이 넘는 강행군을 했다. 폐허의 역사를 가차 없이 내리쬐는 폭염은 탐사단의 발길을 멈추게 했고, 추락하는 국가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이 미진한 국회의사당에선 짙게 드리워진 그늘을 보았다. 또한, 과거 영광의 뒤안길에 함몰된 채 국가와 민족은 잊고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의 팽배 현장을 보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만든 '체제'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겨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탐사단은 희망의 발걸음을 쉬지 않았다. 대륙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의 차량들과 동서양의 교착점인 지중해를 오가는 수많은 선단을 보며 인류문명의 지속성과 역동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넓게 더욱 빠르게 인류문명을 소통·융합하고 있음도 함께 느꼈다.

우리의 탐사는 터키의 남쪽에서부터 시작된다. 옛날 실크로드 카라반은 시리아의 알레포를 거쳐 터키의 안티오크로 이동한다. 그리고 앙카라를 거쳐 이스탄불에 도착한다. 성서의 고향이기도 한 터키는 실크로드의 핵심지이기도 하다. 이는 터키가 지정학적으로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형제국으로 여기는 터키인은 한국인을 아주 좋아한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는 한국공원이 있을 정도다. 형제애를 나누는 터키인들의 생각은 한국동란 때 유엔연합군으로 참전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양 국가의 국민들이 형제국처럼 여기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를 살펴본다. 이스탄불은 현재도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번창하고 있다. 지중해를 넘나드는 물류의 집산지로서, 양 대륙을 오가는 상품의 판매지로서 활기가 넘쳐난다. 미래에도 번창할 수밖에 없는 중심도시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이해는 우리 인천의 방향설정에 매우 긴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 콜로세움은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유명한 원형경기장으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는 근대 민주주의의 발상지이다.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로 대변되는 민주정치는 인류문명의 화려한 금자탑으로 오늘날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는 국가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이면엔 민주정치의 붕괴 징후도 찾아볼 수 있다. 민주정치의 시원지가 붕괴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정치와 경제는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스는 신화의 땅이기도 하다. 테베와 코린트 역시 신화의 축복이 내린 곳이며, 아울러 운하를 통한 상업이 발달한 도시다. 정신문화인 신화와 물질문화인 상업이 함께 융합하여 발전하는 도시의 움직임을 추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제국의 중심부이다. 지중해를 품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로마는 실크로드의 종착지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실크로드의 주요 물품인 비단과 향신료가 모두 로마로 수입되었다. 국가 재정이 파탄 날 정도로 실크로드의 번창을 가져왔던 로마제국.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배워야 할 점들을 짚어볼 것이다.

대제국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정했다. 로마 속의 또 하나의 왕국 바티칸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바티칸을 찾는다. 작지만 큰 왕국 바티칸을 통해 평등과 사랑의 주체가 되어야 할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탈리아 북부도시 밀라노와 베네치아, 피사와 피렌체는 고대로부터 예술과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실크로드에 있어서도 중요한 도시였던 이들 지역의 변함없는 발전상을 살펴보고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빠른 것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잃게 한다. 여유로움의 부재는 인간의 사고력을 감퇴시켜 창조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슬로시티(slow city)가 있는 오르비에또는 중세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다. 화급한 일상을 벗어나 느리게 하루를 소요하면서 삶을 새롭게 충전시키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서 느린 여유로움이 주는 창조적 발전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취재단은 5년간의 실크로드 탐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은 실크로드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오늘도 미래를 향해 살아 숨 쉬는 역사임을 알았다. 아울러 자국의 번영을 위해 이 시각도 고민하고 노력하며 전진하고 있음도 알았다. 세계물류시장을 대표하는 실크로드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자 세계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다. 세계 10대 무역국인 우리나라 역시 21세기 신실크로드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를 생각할 때 실크로드의 개척은 국가 존망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중심도시다. 천시와 지리가 모이는 인천에 우수한 인재들이 인화(人和)단결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수도이자 글로벌시대를 열어가는 동북아 중심도시가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천일보와 인하대가 실크로드를 장기 프로젝트로 정한 까닭도 바로 이러한 간절함의 발로인 것이다.

▲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010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