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지구를 점령하다15일 전세계 951개 도시'反월가 시위'
   
▲ 전세계 곳곳에서'反월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시위대가'자본주의는 고장났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맨해튼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반(反) 월가 시위가 한 달 가량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을 비롯한 82개국, 951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시위는 시차가 가장 빠른 아시아권에서 먼저 시작됐다.

이날 정오부터 일본 도쿄 도심의 부유층 거주 지역인 롯폰기와 히비야 공원에서, 호주 시드니에선 오후 2시부터 도심 금융중심지 마틴플레이스에 있는 호주중앙은행(RBA) 앞 광장에 시민들이 몰렸다.

뉴질랜드 북섬의 도시 오클랜드 아오테아 광장에선 텐트와 슬리핑백 등으로 '무장한' 2천여 명이 자본주의의 탐욕 등을 규탄하면서 6주간의 장기 시위에 돌입했다.

타이베이 101빌딩 앞 광장에서, 홍콩섬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익스체인지 스퀘어에서 시민들은 '반(反) 자본주의'와 '금융패권 타도' 등을 외쳤다.
 

   
▲ 10월6일 미국 워싱턴DC


서울 집회는 빗속에서 열렸다. 이날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금융소비자협회와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가 개최됐다.

이들 단체는 "현재 한국은 '카지노 금융'만이 남아 돈 놓고 돈 먹기에만 열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3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99%의 행동준비팀'과 시민단체들은 오후 6시 대한문 앞에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라. Occupy 서울 국제 공동 행동의 날' 집회를 1박2일 일정으로 개최했다.
 

   
▲ 10일 미국 보스톤


아시아권에 이어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이날 속속 동시다발 집회가 잇따랐다.

영국에서는 런던증권거래소 앞에서 열리는 시위에 4천여 명이 참가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주요 도시에서 '반월가 시위'가 개최된다. 미주지역에선 시위가 처음 시작된 미국 뉴욕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 같은 'Occupy 금융' 시위는 금융회사의 고임금, 높은 실업률, 빈부 격차의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자본이 본연의 역할인 실물경제를 키우지 못하고 제 살만 찌워 경제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고 일부에 편중되면서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12일 이탈리아 로마


대한민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금융권 부가가치의 절대수치는 올 2분기 19조8천596억 원으로 5년 전인 2007년 2분기 15조2천918억 원 보다 29.9% 증가했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후진적인 예대마진 장사에 올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86.5%로 JP모건체이스(45.7%)나 뱅크오브아메리카(58.2%)보다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지난해 금융권의 평균 월급은 468만 원으로 실물경제의 대표 격인 제조업(299만 원)에 비해 2배 가량 높다.
 

   
▲ 15일 호주 시드니


또 우리 금융권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대단히 인색하다.

금융권은 2010년도 회계연도 기준 21조8천124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사회공헌사업에 쓴 돈은 3.60%인 7천853억 원에 불과하다. 새희망홀씨와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저신용자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서민 대출 사업도 청와대와 정부의 강력한 압력에 의해 마지못해 시작한 측면이 있다.

세계적인 반 월가 시위를 계기로 금융권이 사회적 약자 배려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20조 원 안팎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들은 고액 배당을 자제하고 가계대출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금융계 원로 등으로부터 탐욕에서 벗어나라는 강력한 주문을 받고 있는 터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변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 경제단체들도 반월가 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년실업률과 고물가 등으로 서민의 삶이 어려진 만큼 유럽이나 미국처럼 시위 양상이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 올라온 글은 'Occupy Seoul'의 정서를 대변한다.

"국민들은 900조의 빚에 허덕이고 있는데 한해 예대마진 20조 원, 뱅킹수수료 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돈놀이 결과물을 금융권 소수가 독식하고 있다. IMF환란, 카드사태,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민의 혈세로 국내 금융권을 구제해준 돈은 무려 160조 원에 이른다. 금융권이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취득한 엄청난 수익을 그들만의 잔치로 흥청망청이니 99%의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