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와 양극화 심화에 저항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로 시작된 미국 월가점령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마침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번 시위의 근본 원인은 금융권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월가는 금융권의 손실을 시민에 떠넘기면서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상위 1%의 돈잔치를 위해 99%가 희생된데 대해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분노의 시위 저변에는 날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높은 실업률이 깔려 있다. 이번 월가 시위의 전 세계 확산도 이들 중산층의 분노가 표출된 결과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급격히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버블 붕괴 이전 일본은 '1억 총 중류사회'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체의 40%까지 높아졌다. 미국도 지난해 빈곤층이 4천620만명에 달해 1959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인 여섯 명 중 한 명은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중산층 몰락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산층 가구비중은 2003년에 60.4%였다가 2009년에 48.1%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전은 없는 것일까?

우선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 각국은 공조체제를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다음 달 초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월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자본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보다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다음으로 오늘날 심화되고 있는 중산층 붕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복지제도의 효율화와 동시에 고용창출이 확대돼야 중산층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경제성장을 통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중산층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시장만능을 믿었던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제는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부가 어떻게 풀어가고, 또한 많은 나라의 정부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협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