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낙원군 사회안전부 기요과장은 도(道) 안전국에서 내려온 기밀문건(機密文件)을 처리하다 입을 짝 벌렸다. 곽병룡 상좌가 오늘 날짜로 안전부장 자리에서 직위 해제되고 김문달 중좌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의 전보통신문이 날아 온 것이다.

 『이거이 어케 된 기야?』

 기요과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면서 도 안전국에서 날아 온 전보통신문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곽병룡 상좌를 안전부장 자리에서 끌어내려 신풍서군 목재가구공장 안전주재원으로 내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곽병룡 상좌가 어떤 사람인가 말이다. 허허 벌판이나 다름없던 산간벽촌을 오늘날의 낙원군으로 바꿔놓은 일등 공신이 아닌가. 그런 사람을 아무 잘못도 없는데 강제로 끌어내려 오지 고원지대로 추방시킨다는 것은 누가 봐도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도 안전국에서 내려온 전보통신문을 읽고 또 읽어봐도 거기에는 분명히 곽병룡 상좌가 오늘 날짜로 직위 해제되고 그 후임으로 김문달 중좌가 그 직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기요과장은 도 안전국에서 내려보낸 전보통신문을 계속 부정할 수가 없어 담배를 한 대 붙여 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난 이제 어케 처신해야 되는가?

 지금까지는 곽병룡 상좌한테 잘 보여 신임을 받으려고 노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그 직무를 대신하는 김문달 중좌한테 잘 보여야만 자신의 자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여태껏 자신을 아껴주던 곽병룡 상좌를 헌신짝 버리듯 차버리고 김문달 중좌한테 달라붙어 아부를 한다는 것은 사실 낯간지러운 일이지만 오지 고원지대로 추방되는 곽병룡 상좌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과거의 정리(情理)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면 자신의 장래는 순탄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관절 광병룡 상좌의 신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토록 토대 좋고 빽 줄 좋은 안전부장이 하루아침에 목이 떨어져 그 먼 신풍서군 목재가구공장 안전주재원으로 추방되는가 말이다. 도 안전국이 급하게 전보통신문으로 직위를 해제시키고 집안식구들마저 엄중하게 보호 관찰하라는 전언까지 적어보낸 것을 보면 분명히 집안에 무슨 큰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기게 무얼까?

 기요과장은 심중의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이것저것 되짚어 보았지만 퍼뜩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계속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토대 좋고 빽 줄 좋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다 지도자 동지 심복들한테 씹혔나?

 기요과장은 혼자서 그런 생각도 해보면서 또다시 새 담배에다 불을 옮겨 붙였다.

 아니야. 안전부장은 길케 씹힐 사람이 아니야. 길타면 목이 떨어진 원인이 무얼까?

 기요과장은 또다시 살래살래 고개를 흔들며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