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찾는 자전거
   
 


개봉작 <고래를 찾는 자전거>(감독 김영로>는 올 가을 가족들과 함께 웃고 울며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영화가 아닐까싶다.

눈이 멀어가는 동생을 위해 남원에서 울산 장생포까지 고래를 찾아 자전거 여행을 떠난 두 남매의 가슴 찡한 감동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다.

서로가 유일한 가족인 구수한 사투리의 시골남매, 은철과 은하. 어느 날, 고집쟁이 은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고래를 보러 가자며 무작정 떼를 쓰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뒷간 문까지 벌컥벌컥 열어제끼는 막무가내 은하가 귀찮은 은철은 대강 얼버무리며 거짓 약속을 해버리지만,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은하의 눈에 '까만 무지개'가 뜨기 시작한다.

병을 앓고 있는 은하를 좋은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과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은철. 결국 은하의 눈이 멀기 전에 고래를 보여주기로 결심하고, 고래를 볼 수 있다는 장생포까지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둘만의 외롭고도 위험한 여행길에 든든한 보호자 같은 덕수 아저씨를 만나게 된 두 남매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아빠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데….

<안녕, 형아>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빈이 오빠 은철 역을 맡았고 능청스럽지만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연기를 보여주는 이문식이 덕수 아저씨 역할로 관객들을 찾았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제 나이에 맞지 않게 의젓해진 은철 역을 맡은 박지빈은 이 영화에서 호소력 짙은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써의 면모를 보여준다. 향후 성인배우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은철의 하나뿐인 여동생 역은 첫 연기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감성연기로 스태프들의 놀라움을 산 아역배우 이슬기가 함께 했다. 연기 경력이 전무했던 이슬기는 촬영 현장이 낯설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의 타고난 연기 감각과 친 오빠같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지빈의 도움으로 완벽한 호흡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미소의 배우 이문식도 비밀스러운 과거를 간직한 채 우연히 두 남매의 여행에 함께하게 된 덕수 아저씨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이문식은 고참 연기자답게 아이들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이끌어주어 이 영화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래를 찾아 떠난 어린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정 깊은 이웃들로 김여진, 이채영, 최성민이 함께해 영화에 따뜻한 감동과 재미를 더했다.

울산을 중심으로 촬영된 <고래를 찾는 자전거>는 울산 곳곳의 향토색이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산업도시로만 알려진 울산의 또 다른 풍광을 스크린을 통해서 산책하듯이 즐길 수 있다.

<안녕, 형아>, <집으로> 등 동심을 자극하며 온 가족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가족영화 흥행계보를 잇는 <고래를 찾는 자전거>는 정겨운 시골길을 따라 신비로운 고래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순수한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되살려주며 전 세대의 가슴을 울리며 조용한 흥행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