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오마니의 일생을 생각하면 하늘이 원망스럽습네다. 입김으로 후우 불어버리면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날려 갈 듯한 가냘픈 우리 오마니한테 하늘이 어찌 그런 가혹한 시련을 내려 줄 수 있갔습네까? 비록 제 자식이 저질러놓은 일 때문에 빚어진 일이긴 하나 이건 오마니의 일생에서 바라볼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네다. 제발 아버지라도 꿈에 자주 현몽하시어 오마니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 주시다 새벽이면 하늘나라도 돌아 가시옵소서. 오마니는 지금 당신의 가냘픈 노구를 어디다 의지하여야 좋을지 기것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십네다, 아버지! 으, 흑흑흑….

 곽병룡 상좌는 끝내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옆에서 조카의 오열하는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던 곽민수씨가 곽병룡 상좌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이 보라, 조카. 용기를 내라우. 나 이제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나마 조카가 그 먼 산간벽지로 들어가 자식이 저질러놓은 잘못을 대신 용서 받갔다고 형극의 길을 걸어가는 그 아비를 어찌 못 본체 할 수 있갔는가? 하물며 한 조상으로부터 피를 물려받은 아재비인데. 하루라도 빨리 조카가 오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큰 형님과 내가 백방으로 노력해 볼 테니까니 제발 그 눈물은 거두라우. 조카 건강에도 좋디 않아.』

 『작은아버지, 오늘 정말 감사합네다. 작은아버지라도 곁에 계시니까 제가 아버지 영전에 엎드려 가슴에 맺힌 마음을 전하며 실컷 울 수라도 있디, 기렇지 않으면 제가 어찌 이곳까지 찾아와 아버지 영전에 제 아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갔습네까?』

 『기래, 조카 마음은 내가 잘 알디.』

 곽민수씨는 곽병룡 상좌가 안정을 되찾자 중앙묘역 위쪽으로 올라갔다. 중앙묘역 최상단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붉은 대리석으로 다듬은 초대형 깃발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회주의 조국의 앞날을 위해 항일혁명열사들의 넋들이 일어나 깃발을 흔들어주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정말 대단한 일들을 해냈어.』

 곽민수씨는 붉은 대리석으로 다듬은 초대형 깃발상을 바라보며 연방 혀를 내둘러댔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대역사를 그 사이에 할 수 있었는가 말이다. 그는 당 일꾼들이 엄청난 큰일을 해냈다고 감탄하다 깃발상이 설치된 기단 앞으로 다가갔다. 안내판의 설명을 보니까 붉은 대리석 깃발은 높이가 10m나 되었고, 깃폭은 무려 22m나 되었다.

 붉은 대리석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듯한 뒤쪽으로는 영롱한 빛이 뻗어나가는 형상으로 묘역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묘역 끝에는 짙푸른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울타리를 이룬 채 대성산 윗자락에서 몰아치는 찬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곽민수씨는 우수리 강가에 시신이 매장되어 있는 셋째 형 곽진수씨의 가묘를 둘러본 뒤 조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