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주) 인천 삼산동 도매시장 진출, 중소상인들 왜 화났나
   
▲ 대상㈜의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인천시 부평구) 매장 개점을 앞둔 21일 외관 마감공사가 한창이다. 뒤에 이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윤상순기자 youn@itimes.co.kr


이번엔 도·소매 유통업이다. 각종 제조업체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이어 작은 도·소매 유통시장까지 대기업이 진출하자 말이 많다. 이미 포화상태인 유통시장에서 대기업들은 돌파구를 찾아 점차 작은 골목상권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손을 뻗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기가 힘겹다고 토로한다.
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인천 부평구 삼산동 농산물도매시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작은 식자재 도·소매 상점이 밀집한 이곳에 국내 굴지의 식품종합회사 대상주식회사가 들어오려하자 지역 상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이들을 통해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매일 일어나는 전쟁같은 일상을 들여다봤다.


▲전국 첫 '입점정지 선언' 나올까

대상㈜은 청정원을 브랜드로 손꼽히는 종합식품회사다. 연간 매출액은 1조원, 국내·외 자회사는 25개에 달한다.

이 기업이 삼산동 식자재 골목상권 진출을 시도한 것은 올해 초.
대상은 자회사인 다물FS㈜를 통해 경기도 시흥에서 장사를 하던 중부식자재를 인수, 인천 부평구 삼산동 508-3 일대 건물을 사들여 600㎡ 규모로 확장해 식자재 매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에 인천도매시장유통연합회와 삼산도매시장 상인회, 식자재대리점연합회는 곧장 '대상㈜ 재벌 식자재 납품업 진출저지 인천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사업조정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기본법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관여해 작은기업들이 받는 피해를 줄이고자 대기업에 여러가지 제한을 줄 수 있도록하는 법률적 안전장치다.

식자재납품업에 대한 입점정지를 목표로 한 사업조정 신청은 전국에서 최초다.

▲대책위 "문을 못 열도록 막을 것"

대책위는 '무조건 대상그룹 입점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중부식자재가 ㈜다물FS에 모든 지분을 넘겼고 다물은 지분 70%를 대상주식회사 소유하고 있어 중부식자재도 대상 소속과 다름없다는 대기업이라고 주장한다.

또 광주와 대전, 경기도 등에 있는 식자재 업계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주변 도매업계가 타격을 받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기남(32) 공동대책위원장은 "대형업체가 들어온다면 이곳에서 11년간 터를 닦으며 도매시장을 일군 도매업체 36곳은 꼼짝없이 문을 닫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부식자재 "피할 이유없어"

반면 중부식자재와 다물FS 관계자는 사업조정 신청에 '응하겠다'는 반응이다.

'굳이 일일이 대응할 이유는 없지만 피할 이유도 없다'는 것.

이들은 소비자들이 편하도록 더 많은 물건을 갖춘 매장을 만드는 것이 주목적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삼산동도매시장은 인천 식자재 유통계열에선 굳건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어 이곳에 자리를 잡으려는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다물FS 관계자는 "건물은 거의 완공 단계라 물건만 들이면 바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지만 이곳 상인들을 등지고 싶진 않다"며 "그러나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만큼 당분간은 가게를 열 준비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했다.

▲진짜 사업조정 결과가 나와야 판가름

결국 사업조정 결과에 모든 게 달린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중기중앙회는 신청서를 받은 뒤 45일 안에 관계기관을 찾아 실태조사를 한 뒤 신청기관 간에 자율조정을 시도한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중소기업청 사업조정심의회에서 사업조정의 타당성을 가린 뒤 품목 제한과 영업정지, 축소 등의 심의안을 중부식자재에 알린 뒤 행정명령을 진행하게 된다.

심의안은 오는 10월쯤 발표될 예정이다.
/조현미기자 ssenmi@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