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나 지금이나 대성산은 변함없이 평양시 북동쪽 6㎞ 지점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대동강과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유구한 역사를 산자락에 품고 있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중요한 요충지마다 이중 삼중으로 성벽을 쌓아 놓은 곳곳에는 수림이 무성했고, 허물어진 20여 개의 성문터와 식량창고 자리, 그리고 계곡 물이 모여들고 있는 연못에는 기나 긴 세월의 이끼가 끼어 더욱 푸른빛을 발하는 듯했다.

 곽병룡 상좌는 대성산유원지 앞에서 승용차를 내렸다. 유원지 입구에서 장수봉까지 올라가는 순환도로가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곽민수씨는 운전수에게 대기하라고 일러놓고 조카와 함께 순환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때 낙원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온 외국 관광객들이 안내원을 따라 올라왔다. 두 사람은 안내원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뒤따라 올라갔다.

 안내원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대성산유원지는 지난 1971년 4월에 개장했으며, 총 18만㎡(약 5만4천5백평)의 부지 위에 동물원·식물원·식물학연구소·식물박물관·혁명열사릉·그네터·씨름터·배구장·보트장·수영장·관성열차 등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조선민주주주의인민공화국 내에서는 제일 큰 유원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성산유원지 중턱에는 1975년에 제막한 혁명열사릉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열사릉에는 지도자 동지의 생모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 바친 항일혁명열사와 사회주의 조국 건설을 위해 희생된 국가 유공자들이 안장되어 있는 곳이니까 경건한 자세를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중앙동물원 쪽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했다.

 곽민수씨와 곽병룡 상좌는 외국 관광객들과 헤어져 바로 혁명열사릉으로 올라갔다. 대성산 주작봉 남서쪽 산중턱에 자리 잡은 열사릉은 10년째 개축공사와 확장공사가 계속되어 오고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올 때마다 개축공사와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곽민수씨를 보고 물었다.

 『작은아버지, 이 렬사릉 확장공사는 언제까지 계속됩네까?』

 『얼마 전 사업소 소장 동무를 만났는데 늦어도 금년(1985년) 가을까지는 공사가 완료된다고 하던데 기거야 그때 가봐야 알갔디. 혁명렬사 100명의 동 조각상까지 들어선 걸 보면 공사가 다 마무리되어 가는 가 봐. 저기 봐라. 큰 대문도 완성되어 있지 않느냐….』

 곽민수씨가 열사릉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을 가리켰다. 곽병룡 상좌는 작은아버지가 가리키는 입구 쪽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축공사와 확장공사가 마무리되어 혁명열사릉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열사릉 입구에 설치된 합각지붕의 큰 대문도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고, 그 위에 설치된 석탑형식의 기념 문주도 완성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웅장한 느낌이 드는 큰 대문을 지나 300여 개의 화강석 계단이 깔려 있는 조각군상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