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한의학이 희망이다
   
▲ 한의학의 난임치료는 여성의 몸에서 시작한다. 아기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임신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방 난임치료로 한 달 만에 임신에 성공한 백신영(31·가명)씨가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인천한의사회의 인천 첫 난임여성 무료치료 사업이 한 달 여 만에 '일을 냈다'.
지난달 초부터 난임치료를 시작한 여성 두 명이 얼마 전 임신진단을 받았다. 각각 양방에서 난임진단을 받고 인공·체외수정 수술 경험도 있어 임신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정된 한방치료 기간도 석 달이었다.
하지만 한 달 안팎의 짧은 치료기간에 일찌기 '경사'가 났다.
치료에 참여한 한의사와 관계자 모두 두 여성의 임신이 예상 밖의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치료사업에 참여한 난임여성 100명 대부분이 오랜 기간 이런저런 임신시도에 실패했던 터라 치료효과를 낙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방에선 여성이 21~28세일 때 가장 임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5세가 되면 여성의 임신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번 무료 난임치료 대상자 100명의 평균연령은 35.4세였다.
한방 난임치료가 여성의 체질과 건강상태 등 난임의 원인을 찾아들어간다는 점에서 이번 임신사례는 고무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일보 기획연재의 주제대로 한의학이 난임의 희망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례 1. 자궁내막증 앓던 30세 여성

올해 서른 살인 백신영(가명) 씨는 한방 난임치료를 받기 전만 해도 임신이 되기 쉽지 않은 몸이었다.
자궁내막증이란 병을 앓고 있었다. 이 질환은 자궁 안을 감싸고 있는 막에 이상이 생기는 병으로 임신을 어렵게 한다. 자궁 안에 크고 작은 혹이 생기기도 하고 치료하더라도 재발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백 씨는 난관 두 개 중 한 쪽이 막혀 있기까지 했다. 다른 한 쪽 난관은 막히지 않았으나 난소가 건강하지 않아 배란이 잘 안됐다.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해 6월 백 씨는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았다. 8㎝짜리 혹을 떼내는 큰 수술이었다. 회복 후 백 씨는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 수술까지 받았지만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보건소 소개로 한방 난임치료 참여신청을 내 대상자로 뽑혔다.
4월 13일 첫 치료를 시작했다. 백 씨를 맡은 덕윤한의원 왕덕윤 원장은 백 씨가 가진 증세의 원인을 신장기능 저하과 몸 전체의 기혈부족으로 진단했다. 신장은 여성의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 분비 등에 크게 관여한다. 신장의 기운이 떨어지게 되면 자궁의 힘도 함께 줄어든다.
백 씨는 신장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몸의 기혈을 뚫고 기운차게 만드는 집중치료를 받았다. 4월 13일부터 5월 4일까지 다섯 번의 치료가 진행됐다.
왕 원장은 한의학에서 임신의 기운이 지난다는 임맥(妊脈)을 따라 백 씨에게 녹용약침을 시술했다. 뜸 치료에 약재치료도 병행했다.
치료 1주일 만인 4월 21일 백 씨는 병원에 갔다. 지난해 자궁수술과 인공수정 시술 후 줄곧 원활치 않았던 배란이 다시 시작됐다는 검사결과가 나왔다.
5월 16일 한방 난임치료를 시작한지 한 달 사흘이 되던 날 백 씨는 초음파검사를 통해 임신진단을 받았다. 난임판정을 받은지 11개월, 결혼 후 18개월 만이었다.
지난 3일 한의원에서 만난 백 씨는 "첫 아이다보니 설레고 한편 두렵고 그러네요. 몸이 좋지 않아 큰 기대를 할 형편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기뻐요. 튼튼하고 바른 아이로 잘 키워야죠"라고 말했다.
왕 원장은 "백 씨의 사례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왕 원장은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엔 3개월 간 집중치료와 다시 3개월의 사후관리를 거쳐야 임신이 될 것으로 봤고 환자에게도 그렇게 일러줬다. 환자가 자궁내막증도 앓았고 전체적으로 자궁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비교적 나이가 젊은 덕도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치료가 성공해 뿌듯하다"고 했다.


사례 2. 기혈부족 40세 여성

김희정(가명) 씨는 1972년 생, 올해로 마흔 살이다. 결혼한지 15년째다. 결혼기간 내내 아기를 가지려 애썼지만 여태 성공하지 못했다. 특별히 몸 어디가 아프거나 자궁이 상한 것도 아니었다. 유산경험도 없고 피임을 시도한 적도 없었다.
김 씨는 줄곧 자연임신을 바랐다. 보통 불임기간이 길어지면 하게 되는 인공·체외수정 수술도 받지 않았다.
오랜 세월 아기를 못 가지면서 시름은 깊어만 갔다.
그러다 지난 4월 우연한 계기로 한방 무료 난임치료 사업을 알게 돼 신청서를 냈다.
그 전까지 한방 난임치료에 대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던 터였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한 시도였다.
대상자로 선정돼 4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임신을 못했던 이유는 기혈부족이었다. 비교적 마른 체형에 허약한 체질이 원인이었다.
기혈부족은 자궁내막증 같은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 기혈부족은 여성의 임신을 어렵게 하는 가장 일반적인 요인이다. 태아에게 나눠줄 만큼 기운(氣)과 혈액(血)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 둘이 부족하니 아기가 생기기 힘든 것이다.
김 씨의 치료를 맡은 학익한의원 황병천 원장은 직접적인 임신요법에 앞서 김씨의 기와 혈을 보충해주는 처지부터 했다. 1주일에 두 세 번씩 한약과 뜸 등을 병행해 썼다.
2~3주쯤 지났을 때 김 씨가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다. 평소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피곤이 조금씩 줄면서 몸이 가벼워졌다. 오랫동안 '지병'처럼 안고 있었던 소화불량도 없어졌다고 한다.
치료를 시작한지 5주차에 접어든 지난 달, 김 씨는 중순 별 기대없이 찾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10년 넘게 간절히 기다렸던 소식을 들었다. 임신진단이었다.
황 원장은 "놀랍다. 정말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환자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임신을 고집해왔고 결국 성공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번 한방치료에서도 임신을 못했다면 인공·체외수정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봤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인상적인 성과가 났다"고 말했다.
인천한의사회의 한방 난임치료 사업에는 현재 인천에 사는 난임여성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98명이 30~40대 여성이고 20대는 단 둘 뿐이다. 아이를 낳는다면 '노산'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연령대다.
치료기간은 지난 4월부터 오는 7월까지 석 달 동안이다. 인천한의사회는 7월까지 집중치료를 끝내고 다시 3개월 간 여성들의 몸 상태를 추적관리할 예정이다. 연말쯤엔 이번 치료 참여자 100명의 임상치료 결과를 분석해 따로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치료비는 전액 무료다.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가 5천만원을, 인천시가 500만원을 치료비로 후원하고 있다.
/글·사진=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


※ 임신에 성공한 두 여성이 본인의 신분과 개인적인 상황 등을 드러내길 원치 않아 이번 기사에서는 두 여성의 이름을 가명으로 하고 사진에도 뒷모습만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