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우리 집안에 어케 이런 일이 다 일어납네까?』

 곽민수씨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맏형을 쳐다보며 물었다.

 『나도 어이없기는 동생과 마찬가지지만 자식들이 저질러 놓은 일을 어카나. 우선 급한 일은 여기 있는 사람들을 덜 다치게 하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좋갔나? 네 의견부터 좀 들어보자….』

 곽만수씨는 단도직입적으로 동생의 의견을 물었다. 곽민수씨는 자기도 무슨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곽만수씨가 다시 물었다.

 『누구 좀 찾아가서 조카들 뒤를 좀 봐 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갔나?』

 곽민수씨는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지금 수령님의 권력을 지도자 동지한테 이양한다고 요직에 있던 수령님의 사람들을 다 내쫓아서 찾아 가볼 만한 사람이 없습네다. 또 있다 해도 이런 일은 찾아가서 부탁할 일이 아니지요. 사상투쟁기간에 잘못 걸려들면 도와 준 사람도 곤욕을 치르며 정치생명이 끊어지는데요.』

 『기렇다고 아비 없는 조카들이 자리보존도 못하고 산간벽지로 추방되는데 큰아버지가 되어 보고만 있어야 하네?』

 『설마 지도자 동지의 총애를 받고 있는 병호한테도 무슨 일이 있갔습네까? 병룡이 앞날과 식구들이 걱정되어서 그렇디요.』

 『기러니까 걱정이 되어서 동생한테 묻지 않는가?』

 『형님, 내 이거 좀 야박한 말 같지만 누구 한 사람은 인구 그 아이가 저질러놓은 일에 대해 벌을 받으며 책임을 져야 합네다. 공화국에 엄연히 법이 있는데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간 가족들을 아무 일 없이 그냥 놔두겠습네까? 수령님이나 지도자 동지의 자식들이 그랬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는데 어케 가만히 둘 수 있갔습네까? 국가의 기강확립을 위해서도 이 일은 전례를 따라야 하고 큰조카와 그 가족들도 당분간은 고생을 한다고 각오해야 됩네다. 저 역시 혁명열사릉에 계신 영수 형님 덕분에 일생을 편하게 살아왔는데 어찌 조카의 일에 무관할 수 있으며 가슴 아프지 않겠습네까? 길치만 다른 방향으로는 큰조카를 도울 수 있어도 그런 식으로는 도와 줄 수 없습네다.』

 곽병룡 상좌는 막내 작은아버지가 공화국 사회를 정확히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령님이나 지도자의 자식들이 월남했다면 모를까, 그 외 사람들이 그랬다면 응당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인구가 저질러놓은 조국 배신행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벌을 받아야만 공화국 사회가 기강을 유지하며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번 일이 봉합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어젯밤 동생과 의논한 내용을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한테 내비치며 중앙당에 복무하는 동생의 신상에 변고가 오지 않도록 작은아버지가 울타리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