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렌스 맬릭 감독'생명의 나무'황금종려상
   
▲ 23일(한국시간) 제64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인 로버트 드 니로(왼쪽 두번째)와 심사위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칸(프랑스)=AP·뉴시스


미국 독립 영화계의 이단적 대부 테렌스 맬릭 감독의 '생명의 나무'에 영예의 황금종려상을 안겨주며 제 64회 칸영화제가 22일 저녁(현지 시간), 11박 12일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김기덕 감독의 자전적 1인 셀프 다큐드라마 '아리랑'은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젠 감독의 '스톱드 온 트랙(Stopped On Track)'과 공동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거머쥐는 일대 파란을 연출했다. 한편 4편이 공식, 비공식 세 섹션에 초청된 단편 부문에서는 중앙대 영화과 04학번 출신 손태겸 감독의 졸업 작품 '야간 비행'이 학생 단편 경쟁 부문 시네퐁다시옹 3등 상을 받았다.
테렌스 맬릭은 장편 데뷔작 '황무지' 이후, '천국의 나날들', '씬 레드 라인' 등을 거쳐 '생명의 나무'에 이르기까지, 38년 간 고작 5편의 장편밖에 발표하지 않은 과작의 영화 작가. 1979년 '천국의 나날들'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32년 만의 두 번째 방문으로 칸을 정복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심사위원 대상은 벨기에 장 피에르 & 뤽 다르넨 형제의 과, 터키 누리 빌제 세일란의 '옛날 옛적 아나톨리아에서'가 공동으로 안았다. 두 영화는 '생명의 나무' 등과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들이었다.
이들의 수상이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무난한 결정이라면 3등 상에 해당되는 감독상 등은 적잖이 의외로 다가선다. 감독상의 '드라이브'는 덴마크 출신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이 빚어낸 '아저씨'의 미국 버전이라 할 액션 범죄 스릴러.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선보였어야 할 영화라는 것이 중평이었는데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히로인, 커스틴 던스트가 여우주연상('멜랑콜리아')을 안은 것도 이변이라 할 만하다.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친-히틀러적 발언으로 일으킨 추문 탓에 아예 수상권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칸의 여왕에 등극했다.
남우주연상이 '생명의 나무'의 브래드 피트나 '디스 마스트 비 더 플레이스'의 숀 펜 등을 제치고 '아티스트'(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장 뒤자르뎅에게, 각본상이 이스라엘 조셉 세다르 감독의 '주석'에, 심사위원상이 프랑스 마이웬 감독의 '폴리스'에 귀결된 것도 다소 뜻밖이다. 영화제 내내 별 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으로 김기덕 감독은 문제적 스타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국내외적으로 다시금 입증했으며, 2000년대를 관통하며 높아진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더 제고시켰다. 한편 칸영화제 전 섹션에서 뽑는 황금 카메라상(신인 감독상)은 비평가 주간에서 선보인, 아르헨티나 파블로 지오르젤리의 '라스 아카시아스'에 안겼다.
/칸(프랑스)=전찬일 통신원
(영화 평론가·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