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내리고 봄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농사를 위한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지면서 들녘에는 논두렁 태우기가 한창이다.
논두렁·밭두렁 태우는 일이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농진청에 따르면 전체 산불발생 원인의 32%나 됐으며 사망자도 최근 10년간 60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병해충을 잡는다며 논밭 두렁을 태우다 불티가 날아 주변 야산 등으로 번지자 이를 막아보려다 연기에 질식되거나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야외에서 발생한 불은 풍향에 따라 순식간에 불길의 방향이 바뀌지만 노인들은 판단력이 흐려 주로 앞쪽 방향의 진화에만 열중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 속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노인들이 산 쪽으로 크게 번지는 불을 혼자서 끄려다가 체력이 떨어지고 불 속에 갇히면서 당황하는 것도 화를 입는 큰 이유다.
해마다 농사철을 앞둔 농촌에서는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는 일이 병해충을 제거하겠다는 생각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농사에 도움이 안 될뿐 아니라 산불로 번지기까지 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의 최근 조사에서도 논두렁·밭두렁을 태워 병해충을 제거한다는 생각이 잘못됐음이 확인됐다.
논두렁을 태운 직후 미세동물을 조사한 결과 해충은 11%만 죽은 반면, 오히려 거미 등 해충의 천적이 89%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얘기이다.
또한, 소방기본법 제19조(화재 등의 통지) 또는 화재안전조례에는 화재로 잘못 인식할 만한 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 행위를 하기 전에 일시·장소 및 사유 등을 소방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신고하지 아니하고 소각행위를 하는 자와 화재의 예방상 위험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소화활동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물건의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에 대하여 단속·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논두렁에는 해충보다는 농작물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 더 많고, 논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잘못된 불의 사용을 줄인다면 산불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우진 과천소방서부서지방소방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