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구별


 

   
▲ 인천지방법원 판사 오상진

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몇 주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해를 입었다. 친구는 치료비는 커녕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치료비도 받아야겠고 처벌도 받게 하고 싶다. 이 경우 민사재판을 해야 할까, 형사재판을 해야 할까?

치료비를 받고 싶으면 민사재판을 해야 하고 처벌을 받게 하고 싶으면 형사재판을 해야 한다. 민사재판에서 승소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친구가 처벌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형사재판에서 친구가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거나 손해배상을 받거나 집을 산 후 등기를 넘겨받거나 전세기간이 끝난 세입자를 내 보내거나 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서는 민사재판을 해야 하고 특정인으로 하여금 처벌을 받게 하고 싶으면 형사재판을 해야 한다.

다만 법률에서 미리 정해 놓은 유형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만 형사처벌이 가능함은 물론이다. 상해, 절도, 사기, 횡령 등 일부 범죄의 경우 형사재판절차에서 곧바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배상명령제도와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위와 같이 구별된다.

그러면 앞 사례에서 민사재판을 먼저 해야 할까, 형사재판을 먼저 해야 할까? 어느 것을 먼저 해도 상관없다. 둘 다 할 필요 없이 어느 하나만 해도 무방하다. 이 때 두 재판의 결과가 반드시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즉 민사재판에서는 친구가 때린 것이 맞다는 이유로 승소했지만 형사재판에서는 친구가 때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될 수도 있다.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는 사람이 안 생기도록 민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가 보다 엄격하기 때문이다.

민사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형사재판을 하기 위해서도 법원에 소장을 접수시키면 될까? 일반인은 법원에 와서 형사재판을 해 달라고 할 수 없다.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검사가 법원에 형사재판을 구하는 경우에만 시작된다. 형사재판을 구하는 것을 공소 제기 또는 기소라고 부르고 이 때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공소장이다.

따라서 형사재판을 하고 싶은 사람은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에 고소나 고발해 수사 개시를 요청해야 한다. 그 수사결과에 따라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검사가 기소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피고와 피고인은 어떻게 다를까? 민사재판에서 원고에 의해 소를 제기 당한 사람이 피고이고 형사재판에서 검사에 의해 기소된 범죄자가 피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