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학교를 떠나나… 인천지역 고교생 연 2천명 학업중단


 

   
▲ 주창호 남구청소년상담지원센터 팀장

인천지역의 고교생 가운데 한해 동안 학업을 중단하는 포기자들이 2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들 중 많은 학생들이 소위 '비행청소년'이라는 굴레를 쓰고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학업 포기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생활 부적응과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너무 답답해서 교실을 뛰쳐 나갔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A(16)군은 인천 남구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학교 수업에 싫증과 답답함을 느낀 A군이 결국 학업을 포기한 것이다.
A군은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교 다니는 게 재밌었다"며 "사회와 체육 과목을 가장 좋아했고 시험 성적도 꽤 괜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기간, A군은 학교 밖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
A군은 "당시 친구 권유로 호기심에 담배를 피웠고 집을 나왔다"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학교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교를 가지 않다 보니 순진해 보이는 또래 아이들의 돈도 뜯었다"며 "그 돈으로 술·담배 값을 해결하고 당구장과 노래방을 다녔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종 비행을 저지르고 다녔고 그 때마다 담임선생은 A군을 꾸짖고 부모를 불러오라고 했다.
A군은 "사고를 치게 되면 선생님이 진심으로 설교를 해줬다"며 "고맙긴 했지만 이미 마음에서 멀어진 학교라 교실에 있는 것 자체가 숨이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세달 전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집안을 책임지고 있다"며 "앞으로 어머니와 호프집 같은 가게를 차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말했다.
A군은 "나중에 고등학교 졸업 못한 것이 후회가 되면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학업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군처럼 인천지역에서 학교생활 부적응과 가사문제, 질병 등의 이유로 1년 동안 2천여명의 학생들이 학업을 중간에 포기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경우 지난 2009학년 한 해 일반계고와 전문계고 학생 11만3천247명 가운데 2천111명(일반계교 1천204명, 전문계교 907명)이 학업을 포기, 전국 광역시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비율(1.86)을 나타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표 참조>

   
▲ 전국 특별·광역시 학업중단 학생 (단위:명, %)

전국 광역시 가운데 중도포기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광역시로 2.03%를 나타냈고 다음은 대전(1.90%), 인천(1.86%), 부산(1.77%), 서울(1.55%), 울산(1.46%), 대구(1.34%) 순으로 집계됐다.
학업중단 학생들의 이유로는 학교생활 부적응이 1천1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사 446명, 질병 94명, 퇴학 등 품행 29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학 등 기타로는 420명이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2010학년도에는 지난 2009년보다 조금 낮은 1천920명(시교육청 자체조사 자료)으로 부적응이 1천160명, 가사 134명, 질병 107명, 품행 24명, 기타 495명 등으로 나타나 여전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반계교가 전문계교보다 부적응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원 수 대비)도 고교 진학시 전문계교가 먼저 학생들을 뽑고 떨어진 학생들이 일반계교에 진학함으로써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지역이 타 지역보다 중도 포기자가 많은 이유로는 타 광역시의 경우에는 전문계교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그해 고교에 진학을 시키지 않아 통계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또래들과 어울려 지내며 유흥비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이르는 등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들을 수용, 교육시키는 시설과 단체들이 터무니없이 부족, 무관심 속에 이들의 범죄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으로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 인천지역 학업중단 학생 현황 (단위:명)/출처=인천시교육청

이들마다 개개인의 사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교육정책 부재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이 학업중단 학생비율이 높은 이유로 이를 줄이기 위한 학교장 및 교원들의 인식 부족과 결손·빈곤가정 등으로 인한 자녀에 대한 무관심(인천이 이혼율 전국 1위), 진로 및 적성에 맞지 않은 고교 진학으로 학교 부적응 심화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시 교육청은 학업중단학생 최소화 대책으로 정기적 조사 및 특별 컨설팅(방문지도)과 학교 평가에 활용하고 교원 연수 강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일반계고 학생의 중도탈락 적극 예방, 퇴학처분 최소화, 대안교육 적응교육의 활성화, 부적응 학생 상담 활성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한 가정형편 등으로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타날수록 2차적으로 비행청소년 등 사회문제를 야기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으로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시설과 관심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웅·박범준기자 ksw1507@itimes.co.kr


<인터뷰> 주창호 남구청소년상담지원센터 팀장

"부모의 관심이 가장 시급합니다."
남구청소년상담지원센터 주창호 팀장은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 대한 진단 결과를 이렇게 내렸다.
그는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학업, 대인관계, 진로 등 여러 청소년 문제와 관련된 상담을 하고 있다.
주 팀장은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주로 대인 관계가 좋지 않거나 학업에 흥미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은 자녀가 학업을 포기하기 전에 전문 기관에 보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에서는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학업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학습 동기와 학습 태도가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대학생을 1대1로 붙여줘 학습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한다"며 "더 나아가 바른 학습 습관과 태도를 갖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팀장은 "무엇보다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자녀가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 전문기관을 찾는다면 아이를 다시 학교에 돌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상담을 원할 경우 국번 없이 '1388'로 전화하면 된다. /박범준기자 parkbj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