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없어 20년간 불이익 받고도 제 목소리 못 내
지분 없어 20년간 불이익 받고도 제 목소리 못 내
  • 박진영
  • 승인 2011.0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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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매립지 사용기간 연장안 인천 서구 반발
국회상정 3개 특별법 시·도·환경부 입장 제각각


인천에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싼 분란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2016년까지인 매립기한을 늘릴지 말지를 두고 매립지 소유자 서울시와 인천시가 의견접근을 못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경인아라뱃길 공사로 매립지 일부를 팔면서 받은 1천억여원의 재투자 문제도 수면에 다시 올랐다. 국회에선 의원 3명이 관련 특별법을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상정해 논란을 더하고 있다. 그동안 매립지에서 나오는 악취와 분진 등 환경 문제로 고통받았던 서구민들은 '매립기간 연장 절대 불가'와 '보상금 매립지 재투자'를 주장하며 쓰레기 반입을 막을 계획을 세우는 등 행동까지 불사할 태세다. 20년 가까운 쓰레기 매립기간 동안 줄곧 소외돼왔던 인천이 제 몫을 찾을 수 있을지 분기점이 되고 있다.

 

   
▲ 국회에 계류돼 있는 수도권매립지 관련 특별법


▲시작부터 잘못 꿴 단추

매립지는 인천에 환경 피해를 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서울시의 소유다. 지난 1989년 서울시가 매립지 조성 비용 중 300억원을 내면서 71.3%의 지분(매립면허권)을 가져갔다. 당시 인천시와 경기도는 혐오시설이 인근에 들어온다는 이유로 비용 부담에 난색을 표했다.

매립지 지분이 없는 인천시는 토지 매각 등 매립지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매립지는 조성 당시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체결한 '수도권 해안매립지 건설 및 운영 사업에 관한 협정서'에 따라 운영된다. 매립지 소유권과 수익사업비 분담에 따른 운영 사항 정도만 명시돼 있다.

지분율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2004년부터 3번에 걸쳐 매립지의 토지 보상금을 받았다. 공항고속도로 및 공항철도 토지 보상금 71억원을 가져갔고 2006년에는 검단하수처리장 부지 매각대금 중 일부인 39억원을 세입처리했다. 지난해 말 서울시가 가져간 경인아라뱃길 토지 보상금은 1천억여원이다.
 

   
▲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둘러싸고 매립기한 연장과 토지 보상금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은 지난 1992년 쓰레기 반입이 시작된 이후 20년 가까이 환경 피해를 봤지만 매립지 문제에서는 소외돼 왔다. 사진은 하늘에서 본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풍경. /사진제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서울시가 주장한 매립지 사용기간 연장은 인천 전체의 공분을 샀다.

2016년까지 계획된 매립지 사용기간을 2044년을 넘겨 쓰겠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인천 서구발전협의회는 최근 쓰레기 수송도로를 막아 쓰레기 반입 자체를 막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세웠다. 서구도 지난 19일 앞으로 사용할 제3매립장의 기반시설 공사에 반대의견을 냈다.

▲매립지에 AG경기장 건설 합의, 나머지는 "차후 협상"

인천시와 서울시는 최근 2014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문제를 합의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일정에 맞춰 매립지 안에 승마장, 수영장, 조정·카누경기장, 클레이 사격장 등이 조만간 착공에 들어간다. 그동안 매립지 내 경기장 건설은 서울시의 반대로 멈춰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매립지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인 매립면허권 문제와 경인아라뱃길 토지 보상금의 매립지 재투자 여부는 합의가 안됐다. 지분을 서울시와 환경부가 나눠가지고 있어 이해관계 때문에 타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서울시는 보상금을 매립지에 재투자하는 문제와 매립기간 연장 여부를 함께 협의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제안이다. 보상금 재투자 수준에 따라 매립기간 연장 정도를 함께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 매립기간의 연장 여부에 대해선 인천의 입장이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며 "국회에 계류된 특별법이 처리되는 방향을 보고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 지난해 인천 서구 석남동 서구문화회관에서 열린'수도권 매립지토지보상금 재투자 촉구 궐기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서울시에 재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인천 '권리 찾기', 어떤 법안이 좋은가

현재 국회에는 매립지 관련 특별법안이 3개 올라가 있다. 이학재(한·강화 갑), 신영수(한·성남 수정), 홍영표(민·부평 을) 국회의원이 각 법안을 마련했다.

이 의원의 법안은 인천에게 가장 유리하지만 서울시와 환경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 법안은 유일하게 매립종료 기간을 2016년으로 정했다. 매립면허권과 매립이 끝난 토지는 각각 인천시와 경기도가 가져가게 된다. 사실상 서울시와 환경부가 가지고 있던 매립지에 대한 권한을 인천시와 경기도에 나눠주는 셈이다. 매립지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폐기물 처리 및 관리, 주민 편의시설, 주민 지원사업 등에 쓰인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지 않은 일부 매립지와 대체 부지 확보에 대한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매립지가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2억2천800만t 중 52%인 1억1천868만t만 사용됐다. 당초 계획보다 쓰레기가 줄었고, 음식물 폐기물의 매립을 금지하다보니 매립지에 폐기물을 더 묻을 여유가 생겼다. 대체 부지 확보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

신 의원의 법안에는 '인천'이 빠져 있다. 매립면허권은 전부 환경부가 가져가고, 매립종료 기간도 없다. 매립지 토지 보상금은 대체 매립지 마련과 폐기물 처리 시설, 환경 오염 방지 사업에만 쓰이게 된다.

홍 의원의 법안은 매립종료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대신 환경부가 매립지 근처 10㎞ 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가진 매립면허권은 환경부의 뜻대로 쓸 수 있다. 사실상 환경부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법안이다. 반면 매립 완료 토지를 이용할 때 인천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의무화 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매립지를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당장 매립 종료는 어렵지 않나"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친환경적으로 매립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국·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 수도권매립지는 어떤 곳인가

1988년 김포 해안간척지에 조성
하루 평균 쓰레기 2만5천t 처리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지난 1980년 정부가 동아건설이 농경지로 쓰기 위해 마련한 김포의 해안간척지(2천75만여㎡)를 국가 매립지로 확정하면서 만들어졌다.

면적은 여의도의 7배고 단일 쓰레기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본격적인 매립지 조성은 198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동아건설에 김포 해안간척지를 사들이면서 450억원의 부지 보상비를 지급했다.

이듬해 서울시가 부지 보상비 중 일부인 373억원을 내면서 지분(매립면허권)의 71.3%를 가져간다.

매립지는 1992년부터 쓰레기를 받기 시작했다. 현재 하루 평균 쓰레기 처리량은 2만5천여t이다.

당초 매립지의 매립기한은 오는 2014년까지였다가 매립 여유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2016년으로 변경됐다.

서울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당초 계획의 절반만 쓰레기를 매립했다는 이유로 매립기한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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