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엘리트 하프 우승 노유연

5천, 1만m 트랙경기가 주종목인데도 하프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노유연(25·부천시청·사진).
겨우 네 번째 도전인데도 하프코스에서 국내 기록을 보유한 임경희(SH공사·2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그는 결승 테이프를 끊은 뒤에도 여유가 있었다.
육상에 입문한 초등생 시절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따라붙었다는 부상과 슬럼프의 오랜 시련을 견뎌냈기 때문일까.
속 마음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겉 보기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덤덤한 표정이었다.
꼭 1등을 하겠다, 반드시 우승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완주하는 것 자체를 출전 목표로 했었다는 그녀.
그래도 코스의 막바지,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오르막길에서 레이스의 제일 앞에서 자신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할 땐 잠시 안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동안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과 부상과 재활·훈련 중에 했던 고생들이 떠오르더라"고 잠시 감격을 곱씹었다.
선수 생활 내내 아킬레스건과 발목 부상이 잦았다는 그녀는 재활과 훈련을 거쳐 몸이 회복돼 가는 단계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2주 전 고양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 이어 이날 대회까지 최근 열린 공인대회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하는 등 올들어 기록이 점점 좋아지는 추세다.
하프마라톤 출전은 부상과 재활 끝에 다시 도전한 주종목에서 느껴 온 거리의 중압감을 떨치기 위해 도전한 거라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게 돼 너무 기쁘단다.
"열심히 운동해서 풀코스에도 반드시 도전하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달리기 하는 사람의 본색을 느낄 수 있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