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자연재해'최소한의 가능성 최대한 대비를
'대형 자연재해'최소한의 가능성 최대한 대비를
  • 박진영
  • 승인 2011.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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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한가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원자력의 안전성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안전을 이유로 기존에 운영하던 원전을 폐쇄하거나 신설 계획을 폐기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에 빨간불이 켜졌다.
 

   
▲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로 원자력의 안전성 논란이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1983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는 내년 설계수명을 다하는 월성 원자로 1호기의 운전기간을 10년 연장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자연재해 땐 원전 형태 상관없이 위험

지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는 비상 사태 때 자동으로 핵분열을 막아주는 비상 노심냉각장치(ECCS)를 꺼놓고 원자로를 가동하다가 발생했다. 운전원의 부주의가 불러온 사고다.
반면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가 원인으로 꼽힌다. 대지진이 몰고 온 쓰나미에 후쿠시마 원전의 비상 발전기와 배터리가 침수되면서 ECCS와 냉각장치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원자로를 냉각하지 못해 핵분열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가면서 사고가 났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자연재해로 비상 발전기에 이상이 생기면 원자로의 종류에 상관없이 위험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에서는 가압수형 원자로 17기와 가압중수로형 4기가 운영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6기는 모두 비등수형이다. 가압수형·가압중수로형과 비등수형 모두 비상 상황에서의 냉각 기능은 원자로 외부에 있는 비상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가압수형은 후쿠시마 원전의 비등수형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원자로가 정지해도 노심에서 열이 발생한다. 차이점은 격납용기의 내부 압력과 증기터빈의 위치 뿐이다.


▲지진과 해일 대비 충분치 않아

우리나라에 있는 원전은 대형 자연재해에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원자로는 모두 지진과 해일에 대비해 진도 6.5 이상의 내진설계로 지어졌고, 해수면보다 최고 10m 높은 곳에 있다. 지난 14일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는 한국의 원전보다 높은 기준으로 지어졌는데도 사고가 났다. 제1원전의 내진설계는 진도 7.0~8.0이고, 위치는 해수면보다 13m쯤 높다.
우리나라의 원전이 후쿠시마 제1원전보다 낮은 기준으로 만들어진 까닭은 보통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이 일본보다 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발표한 재해 예상 결과를 보면 일본 서쪽에서 진도 7.0의 지진이 발생할 때 한반도에는 1~3m의 해일이 오는 것으로 예측됐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수준의 대형 자연재해를 기준으로 삼은 예측 보고서는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다.


▲설계수명 넘은 원자로 아직도 쓴다

자연재해 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노후 원자로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시민단체는 지난 16일 고리 원자력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를 가동 중단하고 원자력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978년에 지어진 고리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넘어 가동되고 있다. 지난 2007년 가동을 중단했지만 이듬해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관계기관의 합의를 거쳐 2017년까지 운전기간을 연장했다.
정부는 고리 1호기 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로도 설계수명을 넘겨 쓰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내년 설계수명을 다하는 월성 1호기에 대해 운전기간을 10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새 원자로를 지으려면 2조원이 들어가는 반면 운전기간 연장은 1천억원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고리 1호기의 운전기간 연장은 전문가의 철저한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정책 수정 불가피

후쿠시마 사고는 각 국가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노후 원자로 17개를 오는 2021년까지 쓰려다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방침을 바꿨다. 7개 원전에 대해선 3개월동안 안전점검을 하며 잠정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도 당분간 신규 원전의 건설 계획을 보류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이 원전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초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원전 원자로를 50기까지 늘리고 8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원전에 대한 거부감으로 원전 확대는 물론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당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를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만큼 분명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영기자 erhist@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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