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순아! 이 손, 이 손 좀 잡아 줘.』

 부비서가 다급하게 아랫도리를 풀썩거리며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복순은 사춤에다 더 힘을 주어 부비서의 그것을 깨물면서 그의 가슴에다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등어리와 허리를 껴안으며 바르르 몸을 떨어대던 부비서가 온 전신의 긴장을 풀며 사지를 늘어뜨렸다. 복순은 부비서의 가슴에다 자신의 얼굴을 묻은 채로 그냥 미동도 않고 한동안 엎드려 있었다. 기분 좋은 후희의 기쁨이 전신을 타고 흘러내리며 뼈마디를 나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오빠!』

 복순은 손톱으로 부비서의 어깨를 쥐어뜯으며 정답게 불렀다. 부비서가 흥건하게 흘러내린 이마의 땀을 훔치다 쳐다봤다.

 『으흥.』

 『언니와 길케 잠자리를 하고 싶던 소원은 이자 풀렸시요?』

 『기래, 고맙다. 복순이 덕분에 려자와 운우지정이라는 걸 한번 경험해 봤다.』

 『어땠시요? 기분이 좋았시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며 부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래.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내 정신이 아니다. 꼼짝 말고 이케 꼭 붙어 조그만 더 있자우. 나이 사십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다.』

 복순은 써늘하게 땀이 식어오는 것 같아 이불을 끌어당겨 덮으며 부비서의 배 위에다 자신의 복부를 갖다댄 채 잠시 더 누워 있었다. 뱃속애 든 태아가 사지를 꼼지락거리는지 심하게 태동이 느껴졌다.

 『너, 아이 가졌다는 이야기를 의무실 동무한테 들었는데 앞으로 어케 할 거네?』

 『뭘 말이라요?』

 『진짜 낳아 키울 거네?』

 『죽은 세대주가 킬케 아기를 기다렸는데 어케 내 뱃속에 든 생명을 죽입네까? 저는 내 배 불러 낳은 아이 하나 죽은 세대주의 이름 밑에 붙여주는 거이 소원입네다. 오빠 이 꼼지락거리는 아이를 죽이디 말고 낳게 해 주시라요.』

 『기래. 나도 내 피가 섞인 자식 하나 낳아 키워보고 싶은 거이 소원이었는데 복순이나 죽은 네 세대주인들 나하고 다를 거이 뭐 있갔나. 다행이 네 형기가 6개월이라 크게 시비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으니까 네 뜻대로 해 봐라. 나도 전연지대 순직자 가족이라고 핑계대며 힘닿는 대로 도와 줄 테니까니….』

 『오빠! 정말 고맙습네다. 뱃속에 든 아이만 낳게 해 주신다면 오빠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다 하갔습네다.』

 『됐다. 기따우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하구 이제 내 옆에서 편안하게 누워 자라우. 복순이는 오늘밤 이 오빠가 일생을 살아오면서도 모르고 있었던 걸 가르쳐 준 선생님이다.』

 『하이구, 오빠 두 차암! 내가 뭘 했다구 선생님이 됩네까? 암튼 이 팔 좀 풀어 보라요.』

 복순은 살며시 일어나 머리맡의 물수건으로 부비서의 아랫도리를 닦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