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개학한 후 교실에 들어가면 수다쟁이였던 학생들조차도 거의 침묵 속에서 새로운 교과 담임을 맞이한다. 27여 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첫 번째 수업은 늘 교과 안내에 이어 3가지를 당부하면서 수업을 해왔다.
2011년 3월 10일 입학식을 앞둔 신입생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첫째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곡식은 제각각 심을 때와 거둘 때가 있다. 농부가 그 심고 거둘 때를 놓치면 농작물의 수확량이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농부들은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땀을 흘리는 것이다. 인간도 성장하면서 그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청소년기에 꼭 해야 할 일은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그 것을 달성하기 위해 정진해야 한다. 자칫 꿈을 키워야 할 청소년기에 배움을 게을리 하면 농부가 곡식을 심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와 같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목표 삼지만 때를 놓치면 행복이 달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학식 때 미래의 꿈을 담은 자신의 명함을 만들어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것은 이를 방지함이다.

둘째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 날 때 모두 축복 속에서 태어난다. 한 생명의 탄생을 놓고 탄식하거나 노여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새 출발은 그래서 축복이다. 입학식 때 재학생들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축가로 불러주고, 학교 공동체 모두가 축하 영상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학식 때 모든 주위 사람들이 나를 축하해 주는 것은 한 생명에 대한 고귀한 사랑의 표시이다. 나는 소중한 존재이다. 입학식장에 당당히 입장하는 나를 많은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생명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나를 존재하게 한 조상과 후손에게 부끄러운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기 초가 되면 학생, 학부모, 교사는 모두 '좋은 만남'을 기대하고 희망한다. '좋은 만남'은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 '좋은 만남'은 '만족한 만남, 서로 기분이 언짢아지지 않는 만남'이다. 기분이 좋고 만족스러운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아전인수식의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입학식을 조금 늦춘 이유는 새로운 담임과 학생들과의 '좋은 만남'을 위해 서로 다가가 좀 더 알아보려는 배려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금년 모든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공석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