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무용지물 되나
   
▲ 2011학년도 개학과 함께 인천문학초교 어린이들이 배식받고 있다. 인천 등 전국 5개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 비리 차단을 위해 올 학년도부터 학교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을 전격 도입했으나 식재료 품질을 보장받기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선식기자 ss2chung@itimes.co.kr


학교와 급식업체 간 유착에 의한 비리 차단을 위해 2011학년도부터 학교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이 전격 도입됐다. 단위학교가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토록 한 기존 제도의 한계로 인한 유착비리를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 제도는 매 '1개월 단위'로 납품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있어 과연 수백 가지에 달하는 식재료가 학교에 안정적으로 조달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먹을거리 안전성을 담보해줄 '식품 품질' 평가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어떻게 바뀌었나=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업체는 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에 등록해야 하며 aT는 업체를 상대로 사전 적격심사를 벌인다.
적격심사는 학교에 식재료를 대줄 시설과 능력을 갖췄는지 서류심의로 이뤄진다.
종전엔 학교마다 품목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새 제도는 식재료 계약주기를 '월 단위'로 시행토록 권장하고 있다.
현재 인천 488개 초·중·고교 가운데 250여 개교가 이달부터 새 시스템을 채택했다.
▲형식적인 심사=전자입찰 참가업체를 가리는 aT의 서류심사는 사업자등록증, 위생교육이수증, 정기방역소독필증,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 유무 등 기존 업체가 대부분 갖추고 있는 항목이어서 통과가 쉽다.
aT 인천지사에 등록된 70여 개 업체 중 55곳이 적격업체로 인정 받았다.
서류심사 후 이어지는 현장실사도 1차 심사서류와 맞는지를 눈으로 대조하는 정도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지않은 업체가 낙찰성공율을 높이기 위해 속속 유령회사를 차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품질안전 의문=전자조달시스템은 1개월 단위로 납품계약을 갱신토록 하고 있어 안정적인 식재료 공급을 오히려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1개월짜리 납품계약 종료 뒤 같은 학교에 특정 식재료를 계속 납품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충분한 식재료 물량을 확보해 놓을 것이냐는 문제다.
지난해 '배추 파동'처럼 가격변동이 큰 채소류, 육류 등의 납품업체가 갑자기 늘어난 비용부담을 사유로 계약을 파기할 경우 식단 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업체 선정기준에 식재료의 '식품 품질' 평가항목이 없는 점도 문제다.
aT 관계자는 "품질을 따지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품질은 전문기관이 유통업체의 식재료 견본을 모두 확보해 일일히 점검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사기준 구체화 해야=현행 심사기준은 이미 기존 업체가 갖추고 있는 정보를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aT가 이를 확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제대로 된 업체를 선별해 학교에 연결해준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심사기준 강화가 대안이란 목소리가 높다.
김재권 한국식자재협의회 고문은 "새 제도는 식재료 납품의 투명성과 양질의 식재료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구조"라며 "좋은 재료로 아이들 먹을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지혜·박범준기자 jjh@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