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형사재판 참여 권한 있다
   
 

통상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다시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수습을 받아야 법관이 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당신을 하루 동안 법관직에 임명하겠다고 하면 당신은 이를 수락하겠는가?

지난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고 피고인에게 선고할 형량을 토의하는 등 형사재판에 참여할 권한이 있다.

이러한 권한을 잘 활용하면 어린 시절 한 번 쯤 꿈꾸었던 법관직을 하루(운이 좋으면 며칠)동안 체험해 볼 수 있다.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형사재판절차가 낯설고 형사재판의 원칙, 법률용어 등이 생소해 사건에 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배심원은 법원에서 공판절차에 앞서 형사재판제도 전반을 교육받고 공판절차에서도 검사·변호인, 재판장으로부터 배심원이 판단해야 할 쟁점, 관련법, 쟁점을 판단하는 법 등에 관해 반복해서 설명을 듣는다. 따라서 배심원은 위 설명과 건전한 상식과 양식에 기초해 판단하면 충분하다.

이 법률에 의하면 지방법원은 관할구역에 사는 만 20세 이상 국민 중에서 추첨해 선정기일에 법원에 출석하도록 통지한 뒤 선정기일에는 출석한 사람 중에서 법률에서 배심원으로 선정될 수 없다고 규정한 사람을 빼고 추첨해 검사·변호인에게 기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후 배심원으로 최종 선정한다.

한편 선정기일에 출석할 것을 통지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배심원으로 최종 선정되면 재판 하루당 10만원의 일당이 지급되고 선정기일에 출석했다면 배심원으로 최종 선정되지 않더라도 5만원의 일당이 지급되며 고용주는 피용자가 배심원·예비배심원 또는 배심원후보자인 사실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

배심원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는 평의·평결, 양형토의에 참여하는 것이다.

평의는 배심원들이 평의실에서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진행하는 비공개 토의인데 그 결과 의견이 만장일치에 이르면 바로 평결하고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법관의 의견을 듣고 다시 평의를 거쳐 다수결로 평결을 하게 된다. 배심원의 평결이 유죄인 경우 배심원은 평의실에서 법관의 설명을 듣고 토의를 거쳐 각자 양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법원은 배심원의 평결 및 양형의견을 따라야 할 법률상 의무가 없으므로 단지 이를 참고해 선고하면 된다. 이 점이 반드시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따라야 하는 영미식 배심제도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실무상 우리나라 법원은 배심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우리나라 배심원은 영미식과 달리 양형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그 권한과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할 것이다.

독자께서는 법원으로부터 1일 법관으로 모시는 초청장을 받는 경우 주저하지 말고 꼭 법원에 출석, 1일 법관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부수적으로는 법관은 물론이고 검사, 변호사, 참여관, 실무관, 법정경위, 속기사 등 재판에 관여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해의 폭도 넓히고 형사재판절차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시기 바란다.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최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