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인권증진 본보기…인천청 기동6중대 현장취재


최근 전·의경 인권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선임들의 괴롭힘을 못견뎌 강원도에선 이경들이 집단 탈영하는 사고가 터졌고 인천의 한 경찰서장은 전·의경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전보조치까지 당했다. 이 때문에 현재 경찰 안에는 전·의경 인권을 담당하는 새 조직이 생기고 인천경찰청도 건전한 전·의경 내무생활과 자체사고를 예방하는 다양한 후속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에 다른 지역경찰보다 앞선 전·의경 부대환경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인천경찰의 노력과 일선 전·의경들의 활기찬 생활을 들여다 봤다.
 

   
▲ 기동6중대 부대원들이 자유시간을 활용해 내무실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기동6중대(교통관리대)는 인천 경찰 안에서도 가장 으뜸 부대로 꼽힌다.
지난 2001년 기동대가 생긴 이후 10년간 구타·가혹행위 등 자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던 탓이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바꾼 부대시설은 다른 전·의경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재 경찰 16명과 의경 91명이 지내고 있는 기동6중대는 지난 6월4일 부평구 청천2동으로 부대를 옮긴 뒤 곧바로 시설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낡은 시설을 고쳐달라는 전·의경들의 목소리에 안서헌 기동6중대장(47) 등 경찰 간부들이 발빠르게 대처한 것.
안선헌 기동6중대장은 "내무실에 침대를 설치하고 샤워실도 현대식으로 바꿨더니 모두 만족하더라"며 "이러다보니 전·의경들 사이에 가족·형제애가 생기고 부대생활은 더 활기차게 변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기동6중대 앞 마당은 자유시간을 즐기는 전·의경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부대원 12명은 족구와 축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경찰 간부 한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형처럼, 삼촌처럼 어린 부대원들과 한데 섞인 사람은 다름아닌 행정실 담당자인 이정윤 경사(43).
그는 "부대원들과 체육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유대감도 돈독히 쌓고 어려운 점도 수시로 귀담아 듣고 있다"면서 "모두 동생·조카 같아서 어떨 땐 가족같다는 착각도 든다"고 했다.
이어 부대 안에 들어서자 대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복도를 가득 메웠다.
경찰 간부와 부대원들이 서로 껴안고 찍은 사진부터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과 봉사활동 하는 내용까지 모두 사진에 담겨 있었다.
이곳을 지나 1소대 방문을 여니 부대원 몇명이 텔레비전을 보고 장기·바둑 등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장기를 배우던 홍수영 이경(21)이 손가락으로 2층을 가리켰다.
"여길 한 번 보세요. 2층에 침대가 나란히 있고 침대 사이에 사물함이 있잖아요. 우리 부대의 최고 자랑거립니다."
그는 이어 "부대 안엔 저희들이 만든 동아리가 많아 평소 관심있는 분야를 여가생활로 즐기고 있다"며 "딱딱하고 답답한 부대생활은 옛날 얘기"라고 설명했다.
자칭 2소대 상담사로 나선 박성화 수경(23)도 한마디 거든다.
박 수경은 "후임들 모두가 친구·동생 같다"며 "다른 부대는 어떨지 몰라도 이곳은 전·의경들의 천국"이라고 자랑했다.
이때 3소대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문을 열어보니 부대원들이 모여 앉아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이곳에선 너무나 자연스럽다.
조기형 일경(22)은 "대전에서 인천에 온 지 일년 됐는데 자유로운 부대 분위기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면서 "인천이 제2의 고향 같다"고 했다.
전·의경들의 식당과 동아리방이 있는 지하실엔 탁구대와 노래방까지 있다.
기동6중대의 밥 먹는 시간은 더 자유로웠다.
안선헌 기동6중대장은 "이곳에선 먼저 온 순서대로 밥을 먹고 자리도 앉고 싶은대로 앉는다"며 "특히 경찰 간부들과 부대원들이 어울려 식사하면서 평소 나누지 못한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활기찬 부대생활로 가득한 기동6중대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속 얘기를 맘놓고 할 수 있는 대화창구가 바로 그것.
6중대 부대원들은 현재 중대장 미니홈피에 비밀글을 쓰고 있다. 부대 생활의 어려운 점이나 개인 고민 등을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기동6중대는 긴장감이 감도는 점호 문화도 없애고 있다. 점호 이전엔 클래식과 가요를 틀어주고 재미난 사연을 읽어주기도 한다.
또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공부에 애쓰는 부대원들에겐 일정 점수를 줘 외박과 휴가를 주는 칭찬제도도 운영 중이다.

   
▲ 부대원들이 기타연주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기동6중대를 표본(롤모델) 삼아 인천경찰청에서도 전·의경 구타·가혹행위 등 자체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전국 지방경찰청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전경관리계장을 둔 것. 여성 경찰 간부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통해 전·의경들을 돌보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인천경찰청은 자체사고가 나면 지휘관과 감독자를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방침도 동시에 세웠다. 말로만 관리감독하지 말고 경찰 간부부터 책임있는 자세를 가지라는 취지에서다.
이밖에도 부대원들의 상담기회를 늘리고 지휘관과 함께 자고 움직이는 등 내무생활 체계도 만드는 한편 보호·관심대원을 뽑아 경찰 간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김난영 인천경찰청 전경관리계장(47·여)은 "전·의경은 우리의 가족이고 대한민국의 자녀들"이라며 "구타·가혹행위 등 악습을 없애 인천을 전국에서 가장 좋은 전·의경 부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현미기자 ssenmi@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