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선 왜 이렇게 느린가/
   
▲ 서울에서 출발한 경인선 전동차가 시발지이자 종착지인 인천역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한국 최초의 철도는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이다.

1899년 개통돼 112년간 쉬지않고 달리고 있는 철마는 인천시민들의 절대적 교통수단이 돼 왔다.

경인국도, 경인고속도로와 함께 인천-서울을 관통하는 수도권 운송체계의 중추 기능을 담당하며 서울과 인천을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묶어주고 있다. 한세기 이상이 지났음에도 지금의 경인선은 정차역 증가로 서울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용객이 극에 달해 폭발 상태다.

고속철도 KTX 개통으로 서울-부산(423.8㎞)을 2시간10분 만에 주파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인천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안고 있다. 최근엔 서울-춘천(80.7㎞) 간 전철이 놓여 1시간10분 만에 강원도를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전국이 철도로 연결돼 시간과 서비스가 개선되는 지금, 인천사람들은 여전히 불합리한 운행체계를 견디며 전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인천시민의 '발'

개통 당시 경인선은 대한민국 최초의 철도로 인천역에서 성대히 개통식을 열었다.

미국인 J.R. 모오스가 조선 정부로부터 부설권을 따내 철도 공사를 시작했다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자 일본에게 철도부설권을 넘겨주면서 경인선은 일본에 의해 개통됐다.

이후 경인선은 우리나라 물자를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대한민국 침탈의 수단으로 쓰였다. 하지만 조랑말, 우마차, 인력거 등으로 인천과 서울까지 반나절이 걸리던 시대에 경인선은 시민들에게 획기적인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40분 만에 서울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통근과 통학이 용이해진 인천시민들에게 경인선은 커다란 생활양식으로 자리잡았다.

경인선으로 통학하는 학생들끼리는 '기차 통학생회'를 조직하기도 했으며 인천 아줌마들이 인천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철도를 타고 남대문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현재 경인선 하루평균 이용객은 55만1천800명으로 우리나라 9개 일반철도 중 매일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 인천 도원역 앞'한국철도 최초 기공지'표지석으로 경인선이 국내 첫 철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느림보 경인선에선 한국 최초라는'프리미엄'은 오간 데 없다.

▲90년전보다 더 늘어난 운행시간

인천역에서 서울역까지 경인선의 총 운행거리는 38.7㎞. 최고시속 110㎞인 경인선은 철로가 4개인 복복선 위로 매일 507회씩 달린다.

고 신태범 박사(1912~2001)는 저서 '인천 한 세기'에서 1920년대 경인선의 서울까지 통학시간이 55분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그러나 90년이 지난 지금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같은 구간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이상 늘어났다. 이는 애초 인천·동인천·부평·노량진역 등 10개에 불과하던 정차역이 현재 29개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인천에서 용산까지 급행열차가 개설되긴 했지만 동인천~구로까지 몇개 역을 정차하지 않을 뿐 구로에서 용산까지는 모든 역에 서는 형태라 완전하지 않다.

걸리는 시간을 놓고 보면 인천이 서울과 함께 수도권 권역으로 묶여있다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철도 시발지인 경인선 활성화해야

한국철도공사는 경인선 운영체계 개선을 연구 중이다. 정차역을 줄이는 방법으로 올해 말까지 대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역 주민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정차역을 건너뛰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시간대에 사람이 붐비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특정역에 배차 수를 줄일 순 없는 노릇이다.

경인철도를 속도 자체가 빠른 열차로 바꿀 수도 있지만 공사는 1대에 70억 원 가량 차이가 나는 자금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고 밝힌다.

공사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인천-서울 청량리 33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철도의 시발인 경인선 자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장지혜기자 jjh@itimes.co.kr






'인천 닮은꼴' 日 요코하마
쾌속 타면 도쿄까지 28분


일본 요코하마는 인천과 매우 닮았다.

인천처럼 개항지 인데다 수도인 도쿄까지 30㎞(인천-서울 38㎞)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철도를 이용해 두 도시가 연결되는 시간은 판이하다.

도쿄-요코하마 구간엔 쾌속, 급행, 완행이 운행된다. 가장 빠른 쾌속으로 가면 불과 28분, 급행으로는 31분이 걸리며 완행이라도 40분이면 도쿄에 갈 수 있다.

요코하마역-도쿄역 철도는 복선인데도 복복선인 경인선보다 많게는 절반 이하로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전철 외에도 급행, 쾌속, 특급, 통근쾌속철도를 따로 구분해 배차하고 이용객들이 편의에 따라 골라 탈 수 있게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도와 이동시간이 이렇게 짧으니 요코하마는 수도권근교 도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복잡한 도쿄를 벗어날 수 있으면서 언제든 원할땐 30분이면 도쿄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니 요코하마로 사람들이 몰린다.
요코하마는 빠른 철도 하나로 경제의 축지법을 쓴 것이다. /장지혜기자 jjh@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