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 - 에필로그


지난 9월3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실크로드 시리즈(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가 총 16회를 끝으로 또 한 번의 매듭을 짓는다.
이번 실크로드 탐사시리즈는 지난 2006년 첫 연재를 시작한 '실크로드에서 인천을 생각한다' 탐사시리즈의 네번째 기획이다.

 

   
▲ '왕의 대로'는 홍해의 아카바항에서 페트라와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을 거쳐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적극적인 제국주의 정책을 펴기 위해 건설했는데 시리아, 히타이트,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등 여러 제국들의 군대도 이 대로를 통해 움직였다. 또한 모세가 애급 땅인 이집트를 나와 가나안으로 가기 위해 에돔 왕에게 이 지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요청한 길이기도 하다. 이후 십자군의 진군로로 사용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란과 중국에 걸친 세차례의 탐사보도는 독자들로부터 과분한 칭찬을 들었다. 결국 1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탐사취재팀은 올 7월 마침내 보따리를 꾸렸다. 이번에는 가장 어려운 코스였다. 아시아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3국이 대상이었다. 중동의 화약고로 익히 알려진 이곳은 오랜 전쟁으로 테러가 일상화된 곳으로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곳이기도 했다. 비자는 현지에서 받기로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탐사의 순서는 레바논을 시작으로 시리아, 요르단 순이었다.
실크로드 탐사 첫 국가인 레바논은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전쟁과 테러가 상존, 위험국가로 분류됐던 것과는 달리 도시는 활기에 찼다. 특히 동명부대를 파견한 한국에 대해서는 기대이상으로 따스함을 표했다. 수도 베이루트는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담기 위해 도시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테러의 흔적을 간직한 베이루트의 골목골목은 여전히 긴장어린 시선을 던지는 군인의 모습이 보였지만 시민들은 활기찼다.
시리아는 아직 우리나라와 수교가 안된 국가로 북한과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가 스타킹이며, 강호동을 가장 좋아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8천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최고(最古)의 도시 다마스쿠스를 시작으로 사막의 오아시스에 건설된 고대왕국 팔미라, 알파벳의 기원이 된 설형문자 점토가 발견된 에불라 등을 지나며 탐사단은 인류의 능력에 경외심까지 느껴야했다.
마지막 탐사지인 요르단은 성서의 나라였다. 기원전 7세기에 나바테인에 의해 건설된 페트라의 웅장함으로 뒤로하면 모세의 출애급기부터 시작해 사해와 홍해, 예수의 세례지까지 모든 역사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 웅장하고 장엄한 시타델. 알레포의 상징과도 같은 성채인 시타델은 11~13세기에 건축된 것으로 그 높이가 50여m에 달한다. 알레포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한 시타델은 입구가 한 곳뿐이어서 입구를 봉쇄하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책으로만 봤던 현지는 장관이었다. 왕의 대로를 따라 달리는 차량은 더이상 현세의 모습이 아니었다. 과거 헤롯대왕의 일갈은 핍박의 역사가 됐으며, 요한의 신에 대한 충성은 완벽한 신앙이 되어 그 자리에 남았다.
14박17일이라는 강행군을 펼쳤던 이번 탐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섭씨 48도를 웃도는 열사의 날씨였다. 더욱이 기간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않은 사막국가들의 현실은 이방인들의 이동을 매번 방해했다. 자동차 타이어는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하루에 서너번씩 펑크가 났으며, 사막의 도로는 빠른 이동을 막았다. 대부분 사막의 오아시스에 형성된 고대도시들은 안팎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열기를 내뿜으며, 사계절에 익숙한 동양인들을 괴롭혔다.
네번째 나선 취재 탓에 이제는 어느덧 이네들 식단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양꼬치에 다양한 향료를 넣은 음식들이 이제는 현지인들 조차 인정할 정도로 입에 잘 맞았다.
17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인천에 도착했을 때의 감흥을 잊을 수가 없다. 끈적한 날씨였지만 왠지 푸근해지는 마음은 고향을 찾은 여행객들의 심정일 것이라고 위안해 본다.
취재팀은 이제 또다시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4차례에 걸쳐 탐사취재가 이루어졌으나 서양문물의 중심지인 이집트와 로마, 터키 등지의 국가들이 여전히 미답지로 남아 있다. 이번에 취재했던 시리아에서도 마리 등 유프라테스 강 주변의 고대도시들이 시간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취재대상으로 남아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라크를 둘러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취재팀은 요르단에서 이라크 입국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그러나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현지 치안이 어려운데다 동양인들은 대부분 납치사업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라크 취재는 숙제로 남겨두기로 했다.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는 다섯번 째 탐사취재는 우선 시리아의 유프라테스 강 주변지역에 위치한 마리 등 고대도시를 시발로 터키와 이탈리아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그동안 연재물에 보내주었던 독자들의 과분한 칭찬과 관심이 자꾸 등을 떠민다.

 

 

 

   
▲ 우마이야 대사원에서 한 순례자가 전시된 코란을 둘러보고 있다.

요르단=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조태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
/취재협조=주레바논 한국대사관·주요르단 한국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