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왜 아랍상인을 만났나
   
▲ 시리아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인기는 신차 시장의 70% 정도를 장악할 정도로 뜨겁다. 시리아 뿐만 아니라 레바논과 요르단, 이라크까지 한국산 자동차가 수출되고 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시내 중심가에 엑센트(현대), 포르테(기아) 등 한국산 자동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고려 충렬왕 때 지어진 가요 '쌍화점'의 첫 구절이다.
'회회아비'는 고려사람들이 아랍상인을 부르던 말로, 고려 어느 여인과 아랍상인의 염문에 관한 노래다.
고려시절 벽란도를 중심으로 몰약과 비단을 교역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은 이제 한국에서 중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자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항만과 공항이 있는 인천을 거점으로 활발한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에 터를 잡은 아랍상인들은 289명. 이들은 가족과 함께 왔거나 한국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며 인천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아랍과 한국의 무역량이 상당하다.
지금 아랍 상인들은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 인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에 위치한 케밥전문점 아라베스크.


▲인천과의 관계

대한민국의 영어이름 코리아(KOREA)는 바로 아라비아 상인들이 고려를 '꼬레'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
예전부터 인천은 아라비아와 송나라 상인들이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삼았던 곳이다.
인천의 영종도와 강화, 교동 등은 예성강의 관문이어서 이들에게 중요한 위치였다. 지금의 영종도인 자연도에는 경원정이라는 객관이 설치돼 상인들이 숙식을 해결했다.
고려시대 내내 국제교류의 장으로 번성했던 인천은 지금까지도 아랍국가로의 수출 80%를 차지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아랍, 무한한 가능성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랍상인들은 요르단, 리비아, 수단, 시리아 등 10여개 국가다.
상인들은 한국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평판이 높아 자국에서 인기를 끈다고 했다.
자동차 뿐 아니라 한국산 콘택트렌즈나 화장품도 알아준다.
지난해 아랍국가로 팔려간 한국산 자동차는 26만4천742대. 13억6천2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었다.
이 중 70~80%가 인천에 적을 둔 무역상의 손을 거쳤다.
인천재정에도 톡톡한 효자노릇을 하는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아랍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시장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 6일 송 시장은 인천 아랍상공인 50여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들과 공식적인 대화를 나눈 것은 개항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송 시장은 인천에서 더 많은 아랍인의 비즈니스가 생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들의 사업을 지원할 것이며 인천시에 별도의 팀을 꾸려 체계적으로 담당하겠다고 약속했다.


▲'평화가 있기를'

"아살라무 알레이쿰!"
'평화가 깃들기를'이란 뜻의 아랍 인사말이다.
아랍인들은 서로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매일 이렇게 인사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알카에다 폭력과 국제테러의 이미지로 비춰지는 이들은 '평화'와 거리가 멀다.
아랍상인들은 한국 방송에서 아랍 국가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시민들의 편견이 무섭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낳은 그들의 아이도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건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다. 이런 편견과 오해로 지금까지 아랍의 시장성이 평가절하 돼 왔으며 한국으로 와서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엄청난 수요의 아랍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송 시장은 이 대목을 무엇보다 안타까워 하고 있다.
시장은 꾸준한 관계를 가지며 거리를 좁혀가자고 제시했다.
특히 인천에서 열릴 2014 아시안게임의 45개 참여국 중 13개가 아랍국가다.
송 시장은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고 인천 아랍인들은 인적, 물적 참여를 다짐했다. /장지혜기자 jjh@itimes.co.kr


<송 시장은 아랍어 '열공' 중>

영어, 일어, 중국어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송영길 시장이 이번엔 아랍어에 도전했다.
송 시장은 지난 8월부터 인천국제교류센터에서 김성언 교수의 아랍어 강의를 듣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일과를 마친 오후 8시30분 그는 어김없이 교수에게 찾아가 단어부터 배웠다.
지금 송 시장은 인사말과 기본적인 단계의 문장을 구사하는 수준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그는 '아살라무 알레이쿰(인사말)', '슈크란(고맙습니다)' 등 간단한 표현을 구사해 아랍상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랍인에 비해 아랍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아랍어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은 5개 뿐이다. 아랍어 통역원도 전무하다시피 해 송 시장이 아랍어를 직접 할 수 있다면 아랍권 국가와의 외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아랍상인들의 집결지 '아라베스크' 식당>

인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에 위치한 케밥전문점 아라베스크는 아랍상공인들의 집결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
주방장은 두명으로 모두 인도인인데, 손님에 따라 이라크식, 리비아식, 요르단식 등 구미에 맞는 음식을 내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6일 열린 송영길 시장과 아랍상공인 간담회도 이 식당에서 열렸다.
2000년 이곳에 가게를 연 피라스 알코파히씨는 요르단 사람으로 한국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장지혜기자 jjh@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