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초승달 지역'을 따라서왕의 대로 위에 꽃핀 문명 요르단'(4)실크로드에 몰려오는 어두운 그림자


5년동안 실크로드를 탐사하면서 느낀 점은 중국 신장부터 중동 끝까지 모든 지역에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물'이라는 점이다.
중국 신장지역도 타클라마칸 사막을 중심으로 수천 년 동안 물과 함께 하는 역사였다. 타클라마칸 사막에 위치한 최대 교역 국가였던 누란국도 사막 호수가 사라지면서 역사에서 지워졌다. 중국정부는 신장지역의 석유와 지하자원 개발을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 지하에 묻혀있는 지하호수를 주목하고 있지만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 요르단 최대 사막호수 아즈락이 사라져가고 있다. 수천년동안 카라반들의 안식처였지만 요르단 암만에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불과 몇십년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중앙아시아도 상황은 비슷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현재 그 크기가 반으로 줄어 버린 상태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통과해 아랄해로 유입되는 강물이 점차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거대한 목화밭이 꼽히고 있다. 목화 재배 때문에 아랄해의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우즈베키스탄은 점차 강줄기가 말라가고 아랄해가 줄어들면서 사막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요단강 등의 유량이 급속히 줄며 매년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사해 전경.


중앙아시아를 지나 중동지역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석유로 막대한 오일머니를 벌어들인 산유국들은 지하수를 대규모로 개발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용하고 있다. 실제 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은 필수 용수의 90% 가량을 매일 수십 개의 거대한 담수화 시설을 통해 조달한다.
한국의 두산 중공업이 중동에서 가장 많이 수주하는 분야가 바로 전력과 담수화를 병합한 시설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담수화 시설을 구축할 수 없는 가난한 중동국가들은 생존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할 태세다. 이미 이스라엘과 시리아·요르단은 물을 둘러싸고 한차례 전쟁을 벌였다.
개발을 위해 수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가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이어지면서 실크로드 전역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다.


●사라져가는 거대 사막호수 '아즈락'

요르단 암만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 동쪽으로 다시 한 시간을 달리면 이라크 국경이, 남쪽으로 30분을 가면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이 나오는 갈림길이다. 이곳이 바로 예전에 카라반이 암만이나 홍해, 이집트로 가기 위해 반드시 들렀던 사막 오아시스 도시 아즈락이다.
오랫동안 이곳에는 마르지 않는 거대한 호수가 위치해 모든 카라반들의 안식처였다고 한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견뎌온 사막의 거대 호수가 21세기 들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요르단 왕국이 들어서고,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단 몇 십 년 만에 호수가 거의 말라버렸다고 한다.
여름 요르단 사막의 한낮 온도는 50도를 육박했다. 황량하고 뜨거운 사막도로를 달려 아즈락에 도착했다. 아즈락 호수를 보기 위해 콘도를 찾았다. 예전 거대한 사막호수를 끼고 최고급 콘도가 건립됐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거의 없다. 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장료는 엄청 비쌌다. 우리 돈으로 몇 만원에 달하는 입장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콘도 안으로 들어서니 멀리 호수 비슷한 것이 보이기는 했다. 15분 정도 걸리는 호수 산책로에는 갈대밭들이 펼쳐져 있었다. 사실상 호수라기보다는 작은 연못에 불과했다. 곳곳에서 연못에 호수를 통해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호수를 끼고 풍성하게 펼쳐졌을 갈대밭 산책로에는 사막의 풀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연못에는 새들과 개구리, 작은 물고기들이 보였다. 연못도 이제는 생명을 다해 사실상 늪으로 변하고 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건물이 지어져 있다. 사람의 손길이 끊기다 보니 새를 관찰하는 시설도 새들의 안식처로 변해버렸다. 지켜볼 새들도 별로 없다. 물이 말라 늪으로 변한 곳에는 소와 염소들만 풀을 뜯고 있었다.
요르단 정부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암만으로 공급하던 수돗물 공급을 끊고 지하수 개발과 하수도 물 공급, 빗물 가두기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연못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연못은 예전의 호수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암만에서 사우디와 이라크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 교역의 중심지, 거대한 호수가 있는 요르단 최대 오아시스가 그렇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 요르단 최대 댐의 수량도 최근 들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적은 수량에 댐까지 건설되면서 하류에는 더이상 물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일년에 1m씩 낮아지는 '사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강' 요단강을 찾았다. 이스라엘과 국경지역이라 출입통제가 엄격했다. 요르단 동부와는 달리 이스라엘 국경지역은 지대가 낮고 요단강과 사해의 영향으로 습한 기온이다. 한낮 온도가 50도를 육박하는데다 습도마저 높아 숨쉬기조차 힘들다. 요르단 국경에서 출입절차를 거쳐 차를 타고 요단강으로 향했다. 바로 예수가 세례를 받은 곳을 가기 위해서다.
30분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에는 예수 세례를 기념한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다시 숲길을 따라 30분을 걸어 들어가면 세례터를 만날 수 있다. 예수 세례터에는 기념시설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세례터 밑으로는 바로 요단강이 흐른다. 젖과 꿀이 흐르는 요단강은 이제 없다. 수량이 줄어들어 간신히 강줄기의 명맥만 이어갈 뿐이다. 예전의 넓고 깊은 강줄기는 말라버렸고 바로 손닿을 곳에 이스라엘이 위치해 있다.
요단강을 나와 하류로 향했다. 요단강이 흘러들어가 거대한 호수를 이룬 곳이 바로 사해다.
사해 인근에는 염전과 이를 이용한 공장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사해 남쪽은 이미 바다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다. 매년 공식적으로 1m씩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사해로 유입되는 요단강 등이 관개수와 농업용수로 대거 빠져 나가면서 바다로 유입하는 강물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 사해에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만 넘쳐흘렀다.


●중동 분쟁의 핵심은 바로 '물'

중동에서 가장 귀한 것이 바로 물이다. 이를 둘러싼 대립도 더욱 격화되면서 전쟁도 불사할 조짐이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레바논과 시리아, 요르단은 물을 둘러싼 대립격화로 이미 한차례 전쟁을 벌인바 있다.
우선 예수가 세례를 받은 요단강은 이미 작은 개천 수준으로 폭이 줄어들었고 몇 십 년 안에 없어질 수도 있다. 강 유역의 국가들이 물을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50년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분쟁으로 희생양이 된 요단강은 마지막 산소 호흡기를 낀 처지에 놓였다.
이스라엘·요르단·시리아·팔레스타인 등 4개국이 매년 엄청난 양의 강물을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각국이 건설한 파이프라인·수로·댐·수중보는 강의 수량과 유속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요단강 수자원 고갈의 주범으로 이스라엘이 지목되고 있다. 1948년 국가 건설 이후 이스라엘은 거대한 정착촌 건설을 위해 요단강 물을 끌어들이면서 고갈을 부채질 하고 있다.
더 나아가 1967년 3차 중동전쟁도 사실상 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으로 불리고 있다. 이때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을 돌려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릴리 호수로 흘러드는 모든 물이 골란고원에서 시작된다. 2000년 남부 레바논을 반환하기는 했지만 이 지역의 수자원을 아직 이스라엘은 사용하고 있다.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아직도 물을 이스라엘 영토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서 상수도 매설 지도는 핵 시설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비밀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상류국 터키의 유프라테스강 유역 개발로 시리아와 이라크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터키는 이미 1990년 아타튀르크 댐을 완공했고, 서너 개의 댐을 더 지을 예정이다. 티그리스강의 경우도 많은 지류가 이란에서 시작되어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 '젖과 꿀이 흐르는 요단강'은 옛말이 됐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에서 무분별하게 수자원을 사용하면서 요단강은 조그만 하천으로 변해버렸다. 수량이 줄어들면서 수질도 급격히 나빠져 악취까지 풍긴다.

 


요르단=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조태현·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
/취재협조=주레바논 한국대사관·주요르단 한국대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