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순이가 물었다. 부비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기 안해가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려군으로 복무할 때 고사포 진지에서 떨어져 골반을 다쳤어…기래서 오빠는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내 핏줄이 섞인 자식 하나 두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복순아, 너를 버리고 떠나간 오빠의 모습이 우습지?』

 『오빤, 와 기런 말을 합네까? 근데 오빠는 결혼 전에 언니가 길케 다쳤다는 것을 모르구 결혼 했습네까?』

 부비서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눈가리개로 눌러 닦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몰랐디. 결혼하고 나서 안해와 부부관계를 하기 위해 올라타는데 밑에서 죽는다고 소리를 치며 발광을 해서 도루 내려오고 말았댔어. 다음날 하도 속이 상해 술을 몇 잔 마시고 들어가 물어 보았디. 남들은 신혼 시절에 사흘이 멀다 하고 부부관계를 한다는데 당신은 내가 올라타기만 하면 와 죽는다고 소리치느냐고…기러면서 말이 나온 김에 확답을 달라고 했디. 내가 싫어서 부부관계를 하는 거이 길케 싫으냐고?』

 『기러니까요?』

 복순은 자리를 바꿔 앉으며 부비서의 오른 쪽 다리를 안마하기 시작했다.

 『길케 갈라 설 셈으로 캐물으니까 실토를 하더구먼. 려군으로 복무할 때 야밤에 준전시태세 비상이 걸렸는데 그때 무장을 갖추고 고사포 진지로 달려가다 밤눈이 어두워 포진지 석축 밑으로 떨어졌는데 그때 골반을 다쳐서 그런지 내가 에미나이 배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가랭이 쪽이 갈라지는 것 같이 아파 부부관계는 도저히 못하겠다고…기러니 어카갔어? 뒤늦게 박절하게 갈라 설 수도 없구….』

 『아이는 데려다 키운다 해도 부부관계를 못할 만큼 려자의 몸에 이상이 있는데…오빠는 정말 대단하십네다.』

 『나두 알아. 기거이 이혼 사유가 된다는 걸. 길치만 기걸 알고도 참고 살아야 할 기막힌 사정이 또 있었더랬어.』

 『기거이 뭐라요? 제가 들으면 안 되는 말입네까?』

 『이제 와서 너하고 나 사이에 감출 일이 뭐가 있간. 내 설움에 내가 하도 억이(기가) 막혀서 길티.』

 『오빠, 기쁜 일은 나누면 배로 불어나고 가슴 아픈 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습네다. 기렇게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어놓고만 있디 말구 속 시원하게 툭 털어놓아 보시라요.』

 부비서는 후유, 하고 길게 숨을 내쉬며 안해 이야기를 꺼냈다.

 『복순이는 집에 있는 아 세끼 오마니와 내가 처음 만나게 된 사연을 몰라서 답답한 구석도 많을 기야. 그 려자는 평양 고사포부대원들이 다 알만큼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위대한 수령님을 만나 운 좋게 사진촬영까지 한 접견자 신분이야.』